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안성 쉼터 고가 매입과 회계 부정 등 연일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최근 사건을 공정거래·경제범죄전담 부서인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에 배당한 데 이어 경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고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
형사4부는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한 이광범 특별검사팀에서 파견 근무했고 지난해 부산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근무하는 등 특수·공안분야 경험이 많은 최 부장검사를 필두로 한다.
또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가 윤 당선인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건을 형사9부(부장검사 안동완)에 배당했다. 이 사건 역시 서울서부지검으로의 이송 여부가 검토될 전망이다.
지난 11일 시민단체 활빈단이 정의연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후원금을 유용했다며 윤 당선인을 횡령·사기 혐의로 고발한 이후 관련 고발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윤 당선인과 정의연에 8건의 고발장이 접수된 데 이어 이날도 두 건의 고발이 추가돼 관련 의혹에 대한 고발은 10건에 달한다.
정의연과 윤 당선인에게 적용 가능한 혐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기부금·후원금 사용과 회계 부정 논란을 둘러싼 횡령 혐의와 경기 안성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힐링센터) 고가 매입 논란에 따른 업무상 배임 혐의 등이다. 이는 윤 당선인과 정의연이 기부금 회계를 부실하게 처리하고 돈을 애초 정해진 목적 외 용도로 쓴 것 아니냐는 의혹, 힐링센터를 시세보다 높은 7억5000만원에 매입했다가 최근 약 4억원에 매각한 것이 단체에 손해를 끼친 배임 행위라는 지적에 근거한다.
앞으로 검찰 수사는 고발된 내용의 실체 규명작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되 윤 당선인이 개인 계좌로 모금활동을 한 행위가 기부금품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힐링센터 매매 과정에서 ‘수수료’ 지급과 같은 위법행위는 없었는지 등을 포함한 정의연 관련 의혹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국조 거론하는 野… 곤혹스러운 與
미래통합당이 ‘윤미향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들며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19일 윤미향 민주당 당선인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부정 사용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적 공분이 큰 사안인데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김 원내수석 발언은) 국민적 의혹이 대단한 사건이니 제1야당으로서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수위를 낮췄지만 통합당은 윤미향 사태를 계기로 제1야당의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국회법상 국정조사계획서가 본회의 승인을 받으려면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통합당(84명)과 한국당(19명) 의원을 합한 103명만으로는 국정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국정조사에 동의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통합당와 한국당이 윤 당선인 국정조사를 원 구성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상임위원장 배분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한국당도 이날 윤주경·조태용·전주혜 당선인을 중심으로 당 차원의 ‘윤미향 진상규명 TF’를 구성하고 통합당에 공동 TF 구성을 제안했다.
한국당 조수진 대변인은 윤 당선인의 ‘개인 계좌 기부금 모금’을 민주당 차원에서 독려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 별세 당시 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자신의 SNS에 윤 당선인 명의의 후원계좌 번호와 함께 “민주당에서는 당 차원에서 의원들과 함께 관심과 지원에 힘을 모으고 있다”고 밝힌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민주당 내부에서도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당 차원에서 확인 과정을 거쳐 입장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용진 의원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당 지도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관련 핵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자진 탈당을 권유하거나 제명 조치를 하는 등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책임 있는 당직자들과 교환했다”며 “구체적인 조치는 논의되지 않았고 당에서 검토 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전날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 참석 후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당장 조처를 하긴 어렵지만 상황을 더 지켜보자”고 원칙적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르면 20일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정의연 회계 의혹과 관련한 질의에 “정의연에 22일까지 증빙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며 “위법하거나 부당한 경우가 있으면 합당한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진 장관은 ‘정의연의 법 위반이 발견되면 기부금품 모집자 등록 자격을 반환받을 것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에는 “그렇게까진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유지혜·장혜진·이현미·김민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