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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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의사 없다는 윤미향…여론이 납득할만한 해명 내놓을 수 있을까? [김현주의 일상 톡톡]

윤미향 당선인 둘러싼 의혹 연일 터져나와 / 다양한 의혹 불거질 때마다 나름 해명하고 사과한 윤 당선인 / 일련의 의문 잠재우기엔 일부 앞뒤 안 맞는 설명 등 역부족 / 檢,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강제수사 착수 / 당내 기류도 미묘한 변화 감지…일각에선 윤 당선인 자진사퇴 바란다는 의견도 나와 / 與 ‘정치적 결단’ 내려야 할 시점 / 최종 진퇴 개인에만 맡겨둘 게 아닌 당 차원에서 결정해야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이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이 이끈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주먹구구식 운영과 회계 부실을 넘어, 크고 작은 돈 문제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대협의 경기 안성 쉼터 고가 매입과 부친 위탁관리, 저가 매각이 일으킨 파문은 당선인의 2억원대 경매아파트 구매자금 출처 의혹 제기와 부실한 해명 및 수정으로 더 커진 분위기다.

 

여기에다 정대협 대표 시절, 해외에 위안부 실상을 알린다며 개인 명의 계좌로 기부금을 모아서 썼으나 용처가 모호하다는 분석과 정의연의 국고보조금 국세청 공시 누락에 이은 정대협의 자산 공시 누락 의혹이 추가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의연과 윤 당선인은 일련의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나름대로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의문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의혹과 관련한 여러 고발이 이어지자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를 내세워 사건을 배당하고 강제수사 착수를 결정했다.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던 종전의 더불어민주당 내부 기류도 확연히 달라졌다. 윤 당선인의 자진사퇴를 바라는 의견을 대변한 거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의정활동을 통해 평가받겠다면서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혀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윤 당선인은 여론이 납득할만한 해명과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제 민주당으로선 윤 당선인을 당에 그대로 둔 채 계속 불거져 나오는 관련 의혹과 해명, 검찰 수사를 지켜보기에는 힘겨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당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그를 공직 후보로 추천했다면 최종 진퇴에 대해서도 개인에게만 맡겨둘 게 아닌 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경기도 안성에 설립한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안성 쉼터)의 부실 운영 논란에 대해 일부 비판을 수용하며 사과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처음에는 전망을 가지고 안성 쉼터 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비판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사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 사무총장은 "처음 판단이 다소 부족했다면, 이후 안성 쉼터 사업을 지속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며 "결과적으로 '너희들 바보 같다', '왜 일을 이런 식으로 했냐'라는 비판은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정의연 “안성 쉼터 사업 지속하는 게 어려운 상황”

 

정의연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따르면 정의연의 전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012년 당시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정 기부한 10억원을 활용해 안성 쉼터 대지를 매입하고 이듬해부터 운영했다.

 

그러나 정의연은 2015년 7월 공동모금회에 제출한 중간결과 보고서에서 '서울에서 2시간가량 떨어진 안성 쉼터를 이용하는 피해 할머니들이 이용하기는 어려웠고 이에 2015년 6월까지만 안성 쉼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후 관련 프로그램은 마포 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공동모금회는 2015년 9월 초 안성 쉼터를 중간평가한 뒤 사업 진행이 원활하지 못하다며 해결책 마련을 정대협에 요청한뒤 같은달 말 운영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대협에 안성 쉼터 진행사업을 중지한다고 전달했다.

 

같은해 이뤄진 공동모금회 회계평가에서 안성 쉼터는 각종 서류·영수증 등 회계 관리 부실이 드러나 최하 등급인 F등급을 받았다. 이는 경고성 제재로, F등급을 받으면 2년간 공동모금회가 운영하는 분배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공동모금회는 2016년 1월 이 같은 평가 결과를 정대협과 기부자인 현대중공업 측에 알리고, 정대협에 시정 권고를 내렸다. 이의가 있을 경우 제기하라고도 했다.

 

하지만 정대협 측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내린 시정 권고에 별도로 답하지 않았으며, 안성 쉼터 운영을 중단하고 시설을 매각해 안성 쉼터 사업지원금 집행잔액 1억2000여만원을 반납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애초에는 안성 쉼터 사업은 2017년 12월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지만, 그간 시설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과 기부자 의사 등을 확인해 최종적으로 시설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2015년 한일합의 이후 위안부 피해자 관련 운동 정세가 급격히 바뀌었고, 피해 할머니들의 쉼이나 휴식보다 활동 쪽에 방점이 찍혔다"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측과 협의 끝에 더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에 대한 판단에서 잘못이 있었다는 비판은 감내하겠지만, 기부금을 쉽게 생각했다거나 개인 비리를 저질렀다는 등 억측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억울함 호소한 정의연? 싸늘한 여론

 

정의연의 기금 운용 등을 둘러싼 지적과 이에 대한 해명은 이날도 계속됐다.

 

정의연이 애초 우간다에 건립하려던 '김복동센터' 사업이 무산되면서 대지 매입 비용을 1700여만원을 회수하지 못하며 손실을 봤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선 "우간다 정부가 면담 과정에서 '일본'이라는 단어와 '김복동'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을 문제 삼았다"며 "부지 매입비는 약 1200만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우간다 설립이 무산되면서 건립 지역이 미국 워싱턴으로 변경된 '김복동센터'의 현재 사업 상황에 대해선 "올해 2월 사업 추진을 위해 미국 현지 방문을 추진하려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부지 물색이 중단됐고 올해 11월25일로 계획했던 개소식도 무기한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지난 3월11일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뉴스1

그러면서 "김복동센터 건립 목적으로 모인 기부금 4380여만원은 목적기금인 '김복동센터기금'으로 적립돼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이 피해자 해외활동 모금을 개인모금으로 진행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는 "모금한 돈은 관련 사업비로 충당했으며 개인 모금 관련 부분은 윤 전 대표 측에서 설명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명의로 모금 계좌 운영한 사실은 인정

 

정의연은 미국 캠페인 비용을 미국 현지단체가 모금해서 충당했다는 의혹과 관련, 정대협의 비용 부담을 원칙으로 진행했다면서도 "피해자들의 해외 캠페인 활동과 여러 인권회복 활동 과정에서 소홀함이 있다면 더 성찰하겠다"고 했다.

 

정의연은 2016년 1월 정의기억재단 출범 때 단체가 아닌 김동희 당시 정대협 사무처장 개인 명의로 모금 계좌를 운영한 사실은 인정했다.

 

정의연은 "2016년 1월 15일 '김동희(정의기억재단)' 명의의 예금계좌를 개설했고 고유번호증 발급을 위한 절차를 별도로 진행해 같은달 26일 '일본군위안부정의와기억재단설립추진위원회' 명의 계좌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윤미향 블랙홀’ 빠져든 與…당내 기류 어떻게 달라지나?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윤미향 블랙홀'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사태 초반 '친일파들의 공세'라며 엄호 기류가 분명했지만, 추가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데다 윤 당선인의 입장 번복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당내에서도 상황이 심각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책임 있는 당직자들과 교환했다"며 "구체적인 조치는 논의되지 않았고, 당에서 검토 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 상황을 고려한 듯 자신의 당권 출마 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시간을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늦지 않게 내 입장을 밝혀야 하지 않겠냐"면서도 '이번 주 내인가'란 질문에 "좀 더 (의견을) 들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위원장의 전날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발언은 윤 당선인 문제에 대한 당내 기류가 확연히 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해찬 대표는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광주에서 열린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 기념식 참석 후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당장 조처를 하긴 어렵지만,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조치할 계획은 없다'고 전날 밝힌 당 입장과 같은 취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르면 20일 최고위원회에서 윤호중 사무총장의 보고를 받은 후 첫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인 만큼 기류가 바뀔지 주목된다.

 

◆윤 당선인 향한 매서운 檢 칼끝

 

윤 당선인과 관련한 시민단체, 개인의 고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건에 대해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을 밝힌 검찰의 수사가 곧 본격화될 전망이다.

 

19일 시민단체 시민과함께는 정의연 전·현직 운영진 3명을 업무상 횡령·배임죄 사기,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공익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시민과함께는 이들에게 △목적성 후원금을 불법 전용하고 기부금의 수입 지출 내력을 누락한 혐의 △법이 정한 모금 활동비를 초과해 지출한 혐의 △사용하지 않은 경비성 지출에 대해 허위보고한 혐의 △목적성 후원금을 목적 외 용도로 유용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고발 이외에도 윤 전 이사장을 포함한 정의연 관계자들과 정의연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10여 건의 고발 건이 검찰의 접수됐다. 활빈단, 행동하는 자유시민, 자유대한호국단 등은 시민과함께와 비슷한 취지로 정의연이 회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에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31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 사법시험준비생모임,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등은 정의연이 기부금을 받아 경기도 안성시에 설립한 피해자 쉼터가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됐으며 매입 당시의 터무니 비싼 가격에 사들여 손해가 발생했다며 검찰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일동상진실규명 공동대책 위원회, 바른교육권실천행동 등은 정의연이 수요집회를 진행하면서 '전쟁범죄·매춘·성노예 등의 표현을 해 집회에 참여한 청소년들을 정신적으로 학대했다며 중앙지검에 윤 전이사장 등을 고발했다.

 

이외에도 한 누리꾼은 정의연이 쉼터를 외부 기관에 수련회 등의 용도로 빌려주고 돈을 받는 사실상 '숙박업'을 하면서도 관계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며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해당 누리꾼은 자신이 대검찰청에 고발한 사건이 현재 서울서부지검으로 배당됐다며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 관련해 여러 고발이 들어와 함께 들여다볼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윤 전 이사장과 정의연을 고발한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담당 수사관으로부터 구체적인 고발인 조사 일정을 전달받지는 못했다. 고발된 건이 많이 이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등 선제적인 강제수사 나설까?

 

통상적으로 검찰은 고발사건에 대해 고발인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필요할 시 강제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고발인들의 고발 내용들이 언론 등에 이미 보도된 내용이고 고발인들의 고발 취지가 언론 보도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수준이기에 검찰이 바로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고발인들이 윤 전 이사장과 정의연이 증거인명을 할 수 있고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증을 교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검찰이 압수수색 등 선제적인 강제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윤 전 이사장의 횡령, 배임 혐의와 관련한 사건은 경제 관련 범죄를 전담하는 서울서부지검 형사 4부(부장검사 최지석)에 배당됐다. 이외에 쉼터 운영에 관한 사항과 아동학대 혐의에 관련한 것은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부장검사 안동완)에 배당됐다.

 

법조계에서 윤 전 당선인과 정의연의 주소지가 있는 서부지검으로 병합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서부지검은 관련 사건에 대해 경찰로 지휘를 내려보내지 않고 직접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