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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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재개 준비 ‘불안 불안’

사무국 “감염 선수·코치 자가격리” / 일부 선수 리그 재개 우려 목소리 / 로즈 “우리를 실험실 쥐처럼 취급” / 디니·노블도 “성급한 재개 유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됐던 독일 분데스리가가 지난 16일 다시 시작한 데 이어 세계 최고 인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도 19일 구단 공식 훈련을 시작하며 재개 준비를 본격화했다.

 

2019∼2020시즌을 총 92경기 남겨둔 EPL은 최근 정부의 허가를 받아 6월12일 시즌 재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다만, 비교적 차분하게 재개한 독일과는 달리 EPL은 과정이 너무나 분주하다. 사망자가 3만5000여명에 이르는 등 최악의 상황인 탓에 수많은 우려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재개의 첫 단계인 감염 전수조사 단계에서 확진자가 6명이나 나왔다. EPL 사무국은 19일(이하 현지시간) “총 748명의 구단 선수 및 코칭스태프를 대상으로 시행한 검사에서 3개 구단 6명이 양성 판정이 나왔다”면서 “감염된 선수와 코치는 7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EPL이 리그 재개를 위한 준비 단계로 실시한 전수조사에서 확진자 6명이 나온 데 이어 선수들 사이에서도 재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사진은 최근 공개적으로 리그 재개에 반대 의사를 표한 대니 로즈. AP연합뉴스

사무국 측이 “확진자나 소속 구단 관련 사항은 법적 문제 등으로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미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왓퍼드와 번리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이 확인됐다. 왓퍼드는 선수 1명과 코칭스태프 2명이 확진됐다고 밝혔고, 번리 구단은 이언 완 코치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알린 상태다.

 

이렇게 복수 구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재개 준비에도 차질이 생겼다. 재개를 우려하는 선수들의 목소리도 속속 나온다.

트로이 디니. AP연합뉴스
마크 노블. AP연합뉴스

손흥민(28·토트넘)의 전 동료로 현재 뉴캐슬에 임대 중인 대니 로즈(30)는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의 복귀를 요구하는 것은 마치 우리를 실험실 쥐처럼 취급하는 것과 같다”면서 “선수들이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빨리 복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내 건강을 해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트로이 디니(32), 마크 노블(32) 등 선수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큰 베테랑들도 비슷한 태도다. 이번에 확진자 3명이 나온 왓퍼드의 주장이기도 한 디니는 “1명의 확진자만 있어도 집단감염으로 이어진다. 생후 5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들을 위해 난 그 위험을 집으로 가져오고 싶지 않다”면서 재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웨스트햄 주장인 노블 역시 6월 재개가 너무 이르다는 입장이다. 디니와 노블은 20개 구단 주장들이 참여한 EPL 사무국 회의에서도 성급한 재개에 유감의 뜻을 강하게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EPL 구단의 내부 의료진 상당수가 리그 재개 계획에 우려를 표한 상태로, 영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극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선수단 안에서의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