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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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가계 빚’ 또 사상 최대… 주택담보대출 15조 급증

韓銀, 가계신용 통계 발표 / 2019년 4분기 대비 11조원 증가 / 코로나 여파로 카드소비는 줄어 / 주담대 2017년 3분기 이래 최대 / 소득보다 빚이 여전히 빨리 늘어

대출이나 카드사용 등으로 가계부채가 3월 말 기준 1611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주택담보대출이 1분기에만 15조원 이상 급증한 영향을 받았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 등을 뜻하는 판매신용은 오히려 줄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말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1분기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611조3000억원으로 2002년 4분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다. 지난해 4분기 대비 증가액은 11조원(0.7%)이다.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3조2000억원, 0.2%) 이후 1년 만에 가장 낮다. 증가폭도 지난해 4분기(27조7000억원)에 비해 크게 축소했다. 지난해 1분기 0.2%의 증가율 이후 2분기엔 16조8000억원(1.1%), 3분기 15조8000억원(1.0%)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가계빚이 1611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의 대출 창구에서 대출 희망자가 서류 등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가계신용은 은행이나 보험사, 대부업체, 공적 금융기관 등에서 받은 대출에다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 등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를 더한 ‘포괄적 가계 빚(부채)’를 의미한다.

 

가계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1521조7000억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17조2000억원(1.1%) 증가했다. 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23조1000억원)에 비해선 증가 속도가 떨어지긴 했으나 전년 동기인 지난해 1분기 증가액(5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큰 편이다.

 

명목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4분기 자금순환표 기준 98.2%를 나타내 전분기 96.6%보다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소득보다 빚이 여전히 빨리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지난해 4분기 말보다 15조3000억원 늘어난 858조2000억원이다. 1분기 증가액은 2017년 3분기(15조9247억원)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큰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말 부동산 규제 발표와 공시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다주택자 등이 집을 내놓으면서 1분기 주택 거래가 활발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19만8000호 수준이던 전국 주택 거래량은 4분기 29만3000호로 늘어난 뒤 올해 1분기에는 32만5000호에 이르렀다. 전국 전세 거래량도 지난해 4분기 30만호에서 올해 1분기 35만호로 뛰었다. 여기에 강화된 전세대출 규제가 1월 말 시행되기 직전 몰린 대출 수요가 시차를 두고 통계에 반영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한은은 판단한다. 예금은행에서 가계대출이 12조9000억원 늘었다. 전분기(17조원)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된 수치다. 주택담보대출은 8조7000억원, 기타대출은 4조200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서는 2조3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엔 5000억원이 증가했으나 1분기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은 6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주택금융공사 대출로 잡히는 서민 안심전환대출 등 정책 모기지론 수요가 늘면서 9조5000억원 늘어난 영향이 컸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을 견인한 셈이다.

가계대출 증가 추세와는 대조적으로, 1분기 판매신용 잔액(89조6000억원)은 여신전문회사를 중심으로 6조1000억원(-6.4%)이나 줄었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 감소한 수치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그만큼 갚아야 할 카드 대금 부담도 감소한 것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