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국제 망신 ‘리얼돌’ FC서울에 제재금 1억원 중징계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 결정 / “여성·가족단위 팬들에게 상처” / FC서울 “겸허하게 수용할 것” / 업무관계자 대기발령 등 문책

여성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을 경기장 관중석에 배치해 물의를 일으킨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이 제재금 1억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서울에 대해 이 같은 내용으로 징계했다고 밝혔다. 제재금 1억원은 연맹이 구단에 부과한 순수 제재금만의 징계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앞서 2016년 9월 전북 현대가 심판 매수와 관련해 승점 9점 삭감과 함께 제재금 1억원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서울은 지난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무관중으로 치른 광주FC와의 홈 개막전 관중석에 응원하는 마네킹을 배치했다. 그러나 일부 마네킹들이 성인용품 업체에서 판매하는 성인용 인형 ‘리얼돌’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일부 마네킹이 들고 있는 피켓에 성인용품 업체와 모델명이 적혀있어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지난 17일 서울과 광주FC의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성인용품 ‘리얼돌’로 추정되는 인형들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경기 뒤 서울 측은 마네킹을 제공한 업체가 성인용품 판매기업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업체 측이 구단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많은 국가에서 중계권을 사가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고 개막한 K리그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벌어져 팬들을 실망하게 했다. 특히 외신에서도 이번 사건을 주요하게 다루는 등 ‘국제 망신’이 돼 파문이 컸다.

결국, 연맹은 긴급 상벌위원회를 열어 중징계를 의결했다.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광고물을 경기장 등에 설치할 경우 5점 이상의 승점 감점이나 5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는 정관에 따른 조치다.

이종권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이 2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취재진에게 FC서울에 제재금 1억원의 중징계를 내린 상벌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연맹은 이번 중징계가 나온 가장 큰 이유로 ‘성 감수성 부족’을 지적했다. 최근 K리그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고 있는 여성팬들과 가족 단위 팬들에게 큰 모욕감과 상처를 주었다는 것. 연맹 관계자는 “리얼돌은 여성을 도구화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해한다는 등 많은 비판과 국민적인 우려를 받고 있다”면서 “국민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호흡해야 할 프로스포츠 구단이 이를 버젓이 경기장에 전시하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행위”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사건이 고의에 의한 것은 아님을 인정하면서도 ‘충분히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판단했다. 연맹은 “경기 당일 오후 12시경부터 이미 설치가 완료돼 오후 7시에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도 물건을 확인해 사전에 철거하지 않았던 점 등 업무 처리에 매우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맹의 징계에 대해 서울은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은 상벌위원회에 앞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하여 심려를 끼친 모든 분에게 깊이 사과드리며, 철저한 내부 시스템 진단을 통한 재발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경찰 고소 등 법적 조치와 후속대책도 내놨다. 서울 측은 “해당 업체의 기망 행위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정확한 진상 조사를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 예정”이라면서 “업무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대기발령 등의 문책 조치를 했다”고 전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