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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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여론 악화하는데 ‘윤미향 이슈’ 머뭇거리는 與…공세 수위 높이는 野 [김현주의 일상 톡톡]

민주당 “윤 당선인 문제,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공식 입장 불변 / 여론 악화, 다른 ‘정치적 결단’ 내놓을 거란 관측 빗나가 / 시간 벌면서 여론 추이 살피고 조사 결과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 윤 당선인, 정의연 해명 다소 미흡하단 지적 / 숱한 의혹 쏟아지는데 납득할만한 반론 찾기 어려워 / 외부 회계 감사, 당국의 감사 결과 신뢰성 의문 제기하는 시각도 / 문제의 주체가 자체 의뢰한 외부 회계 감사, 與 당선인 의혹 사건에 대한 정부 감사 결과 / 일정 부분 한계 지닐 수밖에 없어

더불어민주당이 20일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당의 공식 입장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논란이 커지는 만큼 뭔가 다른 판단을 내놓을 거라는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강훈식 당 대변인은 외부 회계 감사와 행정안전부 등 당국의 감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러고서 종합적 판단을 내놓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이끈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회계 부정 의혹 등에 관한 조사 내용을 보고 윤 당선인 거취에 대해 결론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것이 177석을 얻은 거대 여당에 기대되는 책임 있는 자세인지 의문이 든다. 이런 일이 생길 때면 으레 뒤따랐던 당 차원의 진상조사 노력조차 없다. 그저 시간을 벌면서 여론 추이를 살피며 다른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 해명이 미흡한 것도 불만스럽다. 숱한 의혹이 날마다 쏟아지는데, 납득할만한 반론은 보이지 않는다. 침묵이 길어지면 의혹을 사실로 믿는 여론은 강화될지 모른다. 이른 시일 안에 기자회견 같은 기회를 마련하여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

 

외부 회계 감사와 당국의 감사 결과가 가질 신뢰가 얼마나 될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문제의 주체가 자체 의뢰한 외부 회계 감사, 그리고 여당 당선인의 의혹 사건에 대한 행정부의 감사 결과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당 일각에서 나오는 다른 의견에 그래서 귀를 열어야 한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의혹이 심각하다면서 신속한 진상 파악과 상응한 조치를 강조했다. 노웅래 의원도 국민 분노가 임계점에 달했다고 했고, 사립유치원의 회계 투명성 개선을 주도한 박용진 의원 역시 누구도 예외는 없다고 가세했다.

 

지난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대구시 남구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이 지난 19일 대구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전날 저녁 대구 중구의 모처에서 이 할머니를 만나 10여분간 독대했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이 할머니가 느낀 서운한 감정에 대해 사과하자 이 할머니가 '(윤 당선인이) 불쌍하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 할머니는 25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 논란을 둘러싼 소회를 밝힐 예정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이 보도와 관련해 이 할머니는 대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 기자와 만나 "용서한 것 없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데 대체 무슨 용서를 비는지 분간하지 못했다"며 "기자들이 용서를 해줬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 할머니는 갑자기 "와서 한번 안아달라고 하길래 한번 안아줬다"며 "늙은이 마음이 또 그렇지 않아서 한번 안아주니까 눈물이 쏟아지더라. 그것뿐이다"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에게 "다른 거는 법에서 다 심판할 것이다. 수일 내로 기자회견을 할 테니 그때 와라는 말만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윤 당선인 향해 “다른 거는 법에서 다 심판할 것”

 

민주당 지도부가 윤 당선인의 거취를 두고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 당시 부실회계 의혹부터 주택 매입 자금 출처 논란까지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이 나날이 증폭되고 있지만, 민주당은 20일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을 필두로 상황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듯 했지만, 일단 신중론으로 다시 무게중심이 이동한 듯 보인다.

 

다만 당내에서는 "국민적 상식의 임계점에 달했다"는 우려와 함께 당의 신속한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비등하고 있다.

 

◆與 일각 “국민적 상식의 임계점에 달했다”…당의 신속한 결단 촉구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의 의혹과 관련해 "정의연에서 요청한 외부 회계감사와 행정안전부 등 해당 기관의 감사 결과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는 한 제명 등 당 차원의 조치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해찬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입장을 밝히는 것이 맞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특히 이 대표는 윤 당선인과 관련해 당내 의견들이 잇따르면서 '이견' 양상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또 자체적인 진상조사에 나서는 대신 담당 부처 등에 조속한 조사를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 이종배 대표가 20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을 고발한다는 내용이 담긴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가며 고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당의 신속한 조사와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주장들이 이어졌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는 국민이 많아진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릴 게 아니라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해 그 결과에 따른 적합한 판단과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웅래 의원은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 윤 당선인의 각종 의혹과 관련해 "공정과 정의의 부분이 의심받고 의혹을 받는 것이 이제는 국민의 상식, 분노의 임계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 정의연 의혹 관련 신속한 진실 규명 나선 檢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연일 의혹 제기와 함께 고발도 이어지고 있어 검찰은 신속한 진실 규명에 나선 모양새다.

 

검찰은 압수물을 토대로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내역 등을 확인한 뒤 윤 당선인을 직접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이날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정의연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이 접수된 것만 10건 안팎에 이른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은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고발과 의혹 제기는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이에 검찰이 의혹 규명을 위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각종 의혹 부인·해명 나선 윤 당선인, 정의연…국민 눈높이에 부합할까?

 

기부금 사용 의혹에 대해 정의연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부수입의 41%인 9억1100여만원이 할머니들에게 사용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국세청 홈택스 등에는 기부금 사용 내역이 누락됐다며 잇따라 고발했다. 지난 10일 활빈단 등의 단체를 시작으로 관련 의혹에 대해 자유대한호국단,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시민과함께 등과 개인이 약 5건 이상의 고발장을 냈다.

 

할머니들을 위한 쉼터 매매 의혹도 고발 대상 중 하나다. 복수의 매체들은 윤 당선인이 재임하던 시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연)가 시세보다 비싼 값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한 쉼터를 사들인 뒤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 측은 당시 시세 수준을 고려한 매매였다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사준모와 법세련 등으로부터 2건의 고발이 검찰에 접수됐다.

 

윤미향 당선인. 연합뉴스

윤 당선인이 기부금을 자산 증식이나 가족들을 위해 썼다는 의혹에 대한 고발장도 있다.

 

과거 윤 당선인이 2억원대 아파트를 현금으로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그는 기존에 거주하던 아파트를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새 아파트를 구입한 후에 기존 아파트를 팔았다는 정황이 드러나자 윤 당선인은 "적금 등을 해지해 돈을 마련했다"며 입장을 바꿨고, 해당 의혹으로 법세련에 의해 고발됐다.

 

◆윤 당선인 금융내역 확인 위한 계좌 압수수색 이뤄질 가능성

 

또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은 윤 당선인이 정의연의 홍보물 제작 일감을 남편이 운영하던 신문사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의연 측은 정상적인 입찰 과정을 거쳤다는 입장이지만, 사준모는 윤 당선인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확보한 압수물을 통해 정의연의 기부금 모집·사용 내역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회계 업무를 맡고 비용 지출 등을 담당한 정의연 관계자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20일 “더불어민주당에 윤미향을 옹호해주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위안부 할머니를 옹호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라고 꼬집었다. 사진은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오른쪽)과 김정재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 당선인이 기부금을 개인적 목적으로 썼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그에 대한 직접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상황에 따라서는 윤 당선인의 금융 거래내역을 확인하기 위한 계좌 압수수색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