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 전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확산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1일 “윤 당선인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해 이른바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입장 표명을 미적거린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으로, 당시 당 안팎에서 비판을 받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에서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이 이미 눈덩이처럼 커지고 (윤 당선인) 본인의 해명이 신뢰를 잃은 상태에서, 검증과 공천 책임을 가진 민주당이 계속 뒷짐을 지고 있는 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은 신속히 진상을 파악해 국민들께 밝히고 진실에 상응한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심 대표는 “윤 당선인은 그동안 해명 과정에서 여러 차례 사실관계 번복이 있었고, 가족 연루 의혹들도 제기돼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해명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며 “정의연의 회계 의혹은 검찰에 맡기더라도 윤 당선인의 재산 형성 과정 의혹에 대해선 민주당이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심 대표는 검찰 등엔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심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이 전날 윤 당선인과 정의연 관련 논란에 “정치공세로만 간주할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납득 가능한 해명과 근거를 내놓기 바란다”고 밝힌 것보다 비판 수위를 다소 높인 것이다. 민주당은 해당 논란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이 먼저”라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비판 여론이 점차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날 심 대표는 윤 당선인과 정의연 관련 의혹 외에도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의 후원금 유용 의혹 등을 언급하며 “일본의 국가적 책임·사과와 배상 등 궁극적인 책임 규명을 위한 노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시시비비와 책임 규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련의 의혹들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폄훼돼선 안된다고도 당부했다.
앞서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정의연 이사장과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를 지낸 윤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다. 정의연의 부실회계 의혹과 후원금 횡령 의혹, 안성 쉼터 매입·매각 관련 의혹 등이다. 정의연과 윤 당선인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고발도 잇따랐다. 검찰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윤 당선인과 정의연 관련 논란에 대한 정의당의 태도는 지난해 9월 조국 사태 당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머뭇거리다 결국 조 전 장관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일각에선 정의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얻어내기 위해 민주당과 ‘거래’를 한 것 아니냔 비판도 나왔다. 당시 심 대표는 조 전 장관과 관련해 공개 사과를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