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이 단체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사진)의 기부금 횡령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틀째 압수수색을 이어가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30일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하는 점을 고려한 행보로 해석된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21일 서울 마포구 정의연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12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을 마친 데 이어 오후 다시 마포구 연남동 위안부 할머니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찾았다.
검찰은 정의연이 관련 자료를 마포 쉼터에 보관해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추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쉼터 압수수색에 나섰다. 정의연은 사무실과 박물관 공간이 좁아 단체 운영 관련 회계 자료를 쉼터 지하실에 보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이 사건을 배당한 지 6일 만에, 직접 수사를 결정한 지 이틀 만에 나선 것이다. 압수수색이 강제수사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검찰은 관련자 출국금지 조치, 참고인 및 피의자 소환조사 등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속도전에 나선 데는 증거인멸 우려와 함께 윤 당선인이 이달 말 국회의원 신분이 된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 당선인은 30일 의원 임기를 시작한다.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이 되면 불체포특권을 지녀 소환조사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윤 당선인 임기 시작 전에 신병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횡령과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정의연과 윤 당선인 수사의 핵심은 계좌 추적인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정의연의 회계 처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을뿐더러 자금이 여러 사람에게 흘러갔을 경우 추가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나 정의연 등의 계좌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도 제2, 제3자의 계좌에 또 영장을 받아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30일 전에 수사를 끝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연은 외부 회계감사를 추진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한국공인회계사협회가 추천을 포기했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15일 정의연이 회계감사를 위한 기관 추천을 요청해왔지만, 보통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은 감사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며 “회계 기관 추천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검찰 압수수색이 상당히 신속하다고 문제 삼는 발언도 나왔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압수수색에 대해 “굉장히 급속하게 한 것”이라며 “문제를 오히려 조금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연은 첫 번째 압수수색 종료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외부 회계검증 절차 과정에 진행된 검찰의 전격적 압수수색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공정한 수사 절차를 통해 그간 제기된 의혹이 신속히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