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이 단체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의 기부금 횡령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틀째 압수수색을 이어가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는 30일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하는 점을 고려한 행보로 해석된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21일 서울 마포구 정의연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12시간에 걸친 압수수색을 마친 데 이어 오후 다시 마포구 연남동 위안부 할머니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찾았다.
검찰은 정의연이 관련 자료를 마포 쉼터에 보관해왔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추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쉼터 압수수색에 나섰다. 정의연은 사무실과 박물관 공간이 좁아 단체 운영 관련 회계 자료를 쉼터 지하실에 보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압수수색은 검찰이 사건을 배당한 지 6일 만에, 직접 수사를 결정한 지 이틀 만에 나선 것이다. 압수수색이 강제수사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검찰은 관련자 출국금지 조치, 참고인 및 피의자 소환조사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속도전에 나선 데는 증거인멸 우려와 함께 윤 당선인이 이달 말 국회의원 신분이 된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이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면 불체포특권을 지녀 소환조사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윤 당선인 임기 시작 전에 신병까지 확보할지는 미지수다. 횡령과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정의연과 윤 당선인 수사의 핵심은 계좌 추적인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정의연의 회계 처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을뿐더러 자금이 여러 사람에게 흘러갔을 경우 추가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검찰 압수수색이 상당히 신속하다고 문제 삼는 발언도 나왔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압수수색에 대해 “굉장히 급속하게 한 것”이라며 “문제를 오히려 조금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의연은 외부 회계감사를 추진했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한국공인회계사협회가 추천을 포기했다.
정의연은 이날 검찰의 쉼터 압수수색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변호인과 활동가들이 미처 대응할 수 없는 오전에 길원옥 할머니께서 계시는 쉼터에 영장을 집행하러 온 검찰의 행위는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추가로 발부받은 영장에 따라 집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의연에 국고보조금을 내준 여성가족부의 한 관계자는 “여가부가 정의연에 준 보조금 부분을 살펴보고 있고, 다른 부처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당장 보조금 취소 등 구체적인 조치를 내리지는 않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