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시민단체 관계자 "윤미향 잘못 빌었지만 할머니는 외면"

“尹 방문에 할머니 깜짝 놀라 / 尹 초조, 이용수 할머니 담담 / 서로 용서 화해 분위기 아냐” / “尹, 언론 통해 말 와전돼 오해 / 도움 되려 국회 갔다고 말해” / 李 할머니, 25일 예정대로 회견

“할머니가 잘못을 비는 윤미향 당선인을 용서하는 분위기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비례대표 당선인을 만난 현장에 있었던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시민모임(시민모임) 관계자 A씨의 말이다. 시민모임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선 단체로 A씨는 이 할머니와 20여년 함께 활동했다.

21일 A씨에 따르면, 19일 오후 9시50분쯤 이 할머니가 머물던 호텔방으로 윤 당선인이 갑자기 찾아왔다. 앞서 지난 7일 이 할머니가 공개적으로 정의연과 윤 당선인을 비판한 뒤 윤 당선인은 수차례 이 할머니를 만나려고 했으나 할머니의 거부로 불발됐다. 이날 만남은 윤 당선인이 시민모임의 다른 인사를 통해 이 할머니의 소재를 파악해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할머니는 딸과 함께 있다 윤 당선인이 방문하자 깜짝 놀랐으며 A씨 등 시민모임 관계자 2명이 대화장면을 지켜봤다.

이용수 할머니(왼쪽)와 윤미향 당선인.

 

 

윤 당선인은 호텔방에 들어오자마자 무릎을 꿇고 “할머니가 느낀 서운한 감정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흐느꼈다. 이 할머니는 그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지긋이 얼굴을 바라보다 두 손을 잡아 끌어 올리며 의자에 앉도록 했다.

이어 “갑자기 불쑥 찾아왔는데 얼굴이 해쓱해진 것 같다. 대구에서 곧 기자회견을 할 테니 그때 다시 내려오라 했다”고 말했다. 둘이 만난 시간은 5분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호텔방을 나서며 “그동안 언론을 통해 말한 것이 와전돼 (할머니와 서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면서 “할머니에게 더 도움이 되려고 국회로 갔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저도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 할머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더 잘 하겠다”고 했지만 할머니는 내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윤 당선인은 초조하고 다급한 표정이었으나 이 할머니는 단호하고 담담한 표정이었다”며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 할머니도 이후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윤 당선인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데 대체 무슨 용서를 비는지 분간하지 못했다”며 “(내가) 용서를 해줬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25일로 예정된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시민모임 전 대표이자 현 이사인 최봉태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용수 할머니의 지난 7일 기자회견이 일파만파다. 이왕 발생한 이상 전화위복이 되길 바란다”며 “시민모임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논란을 정리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기자회견은 할머니 의사 존중의 원칙, 이해 관계자 참여의 원칙, 미래지향의 원칙으로 추진하려 한다”며 “기자회견에 도움을 주실 분이 있거나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다. 이 취지를 할머니에게 충분히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