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싼 미·중 간 극한 대립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 수뇌부는 ‘또라이’, ‘악랄한 독재정권’이라는 거친 표현으로 중국을 성토했고, 미 상원은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의 경제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법안을 가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중국의 어떤 또라이(wacko)가 수십만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관해 중국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라는 성명을 방금 전 발표했다”며 “세계적인 대량 살상을 가져온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의 무능’이라고 누가 이 얼간이(dope)한테 설명해줘라”고 썼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국무부 브리핑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의 싸움에 대한 중국의 기여금은 그들이 전 세계에 지운 비용에 비하면 쥐꼬리만 하다(paltry)”고 비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언급한 ‘2년간 20억달러 국제원조’ 방침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그는 “이 전염병은 미국인 9만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3월 이래 36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실직했다”며 “전 세계적으로는 30만명이 생명을 잃었다. 중국 공산당의 (대응) 실패로 전 세계에 부과된 비용이 9조달러 안팎”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1949년부터 악랄한 독재정권에 의해 지배를 받아왔다”며 “얼마나 이념적으로, 정치적으로 자유진영에 적대적인지를 과소평가했다”고 비판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폼페이오 장관을 겨냥해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사실을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말하고 있다.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은 국제적으로 이미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가 대만에 신형 어뢰 판매를 승인한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에 단호히 반대하고, 이미 미국에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 상원에서 ‘외국기업 책임법’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자, 중국 기업들은 홍콩 증시에 상장하겠다며 맞대응에 나섰다. 존 케네디 공화당 미 상원의원과 크리슨 반 홀렌 민주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이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를 증명하지 못하거나 미 당국의 회계감사를 3년 연속 통과하지 못하면 거래소에 상장될 수 없다. 이 법안에 대한 지지 표시로 동반 법안을 제출한 하원 금융위원회의 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은 대형 회계부정을 일으킨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를 거론하며 “이 법안이 있었다면 루이싱커피 투자자들은 수십억달러 손실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의 대형 인터넷 기업으로 미국 나스닥 상장사이기도 한 넷이즈(網易)는 이르면 다음 달 홍콩거래소에서 2차 상장을 하기로 했다. 2000년 나스닥에 상장한 넷이즈는 현재 시가총액이 400억달러를 넘는다.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징둥(京東)닷컴도 다음 달 홍콩거래소에 2차 상장할 계획이다. 중국 바이두 리옌훙(李彦宏) 회장은 “미국이 중국 기업의 자국 증시 상장을 제한한다면 다른 곳에서 자금을 조달하면 된다”며 “홍콩 2차 상장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정치 갈등이 중국 기업의 홍콩 증시 2차 상장 붐으로 이어지며 양국 자본시장 탈동조화 흐름도 한층 빨라지는 모습이다.
워싱턴·베이징=정재영·이우승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