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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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 "과도한 방위비 인상 요구, 한·미 동맹 약화시킬 것"

"방위비 분담금 문제, 전술적 문제에서 벗어나 큰 그림에 초점 둬야"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표류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과도한 인상 요구는 한·미 동맹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국간 협력이 어느때보다 요구되는 시기에 분담금 규모에 매몰되는 것은 한·미 양국에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21일(현지시간) CSIS 화상 세미나에서 “이 모든 상황에서 애석한 대목은 동맹이 이 한 가지 기술적인 이슈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동맹에 대한 한국의 인식도 좋지 않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한·미 동맹은 깊은 역사를 갖고 있다”면서 “그들(한·미)은 전 세계에서 서로에게 매우 필요한 파트너들”이라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싸고 ‘달러’와 ‘센트’를 놓고 싸우는 것과 같은 전술적 문제에서 벗어나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보다 큰 그림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정성이 생길 경우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중국과 충분한 대화가 진행돼야 한다”며 이와 같은 일에 초점을 둬야 하지만 미국이 요즘 그러는 것 같지 않다고 언급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 인권특사도 “대부분의 대통령보다 오래 일한 의회 멤버 대다수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동맹에 참여하는 것의 가치에 대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여긴다”며 “우리는 한국이나 유럽을 위해 이러한 일을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킹 전 특사는 “가치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다른 나라들의 지지와 협력을 얻는 것이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한·미 방위비 협상은 지난 3월말 양측의 ‘13% 인상’ 잠정 합의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장기전에 돌입했다. 미국은 13억달러 수준의 분담금을 요구하고 한국은 13% 인상 이상으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증액 압박을 이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워싱턴=AFP연합뉴스

킹 전 특사는 북·미 비핵화 협상 전망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11월 대선에 매몰돼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 등을 거론하고 “많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상당히 신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과거 (미국의) 선거가 있는 해에 미국과 관여하려고 하지 않아 왔다”면서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말기인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방북했던 상황을 거론 “북한은 다음 지도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파악할 때까지 준비가 돼 있지 않았었다”라고 말했다.

 

올해 대선이 트럼프 대통령에 매우 힘든 선거가 될 것이라는 미 언론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가운데 북한이 많은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나의 인식”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