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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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공무원들이 꼽은 ‘피하고 싶은 상사’는?

“의회, 기재부 등 외부에선 입도 뻥긋 못하고 당하다가 돌아와서 과원들에게 준비가 적었다고 화내는 과장님.”

 

정부가 최근 신입 사무관(5급)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밉상 과장’ 중 한 사례다. “잘 되면 자기 탓, 잘못되면 부하 탓 하는 과장”, “남의 말 안 듣는 사람”,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과장” 등 전형적인 ‘꼰대 상사’들의 행태도 가감없이 제시됐다. 

 

25일부터 46개 중앙부처에서 시행되는 인사혁신처의 ‘2020년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을 보면 부하직원들의 업무의욕을 떨어뜨리고 마음이 멀어지게 하는 상사들 유형이 소개돼 있다. 공무원 교육·연수를 담당하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밀레니얼 사무관 1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를 반영했다.

 

중앙부처 과장급 이상 관리자들을 위한 학습교재 ‘신임과장의 한 수’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회식보다 자유시간을 원한다. 회식은 부담 없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개인 의사나 사정에 따라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 사항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또 조직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며, 자신이 추구하는 성장의 방향과 조직의 목표가 일치할 때 동기부여를 한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초중고교 시절과 취업 준비 기간을 거쳤기 때문에 무임승차자를 싫어하고 나타난 결과에 기여한대로 평가를 받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또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원하며 그 어떤 세대보다 평가의 공정성에 민감한 편이다. 이 때문에 업무의욕을 떨어뜨리고 신뢰가 가지 않는 상사는 기존에 해왔던 관례나 논리를 강요하는 사람들이다. 

 

신입사무관 100명이 가장 많이 꼽은 꼰대 과장(복수응답) 유형이나 행태는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과장(74.4%) △본인이 지시한 사항을 보고하는데 오히려 이해시켜야 할 때(64.1%)였다. 사무관들은 과장으로부터 “이런 식으로 해오면 다음엔 집어던진다” “왜 이렇게 책임감이 없니?” 등의 질책을 들었을 때나 “이거 꼭 해야 하는 거야”라는 반응을 들었을 때, 같은 내용을 수십번 설명해도 계속해 같은 내용을 물어보는 상사를 업무 효율과 의욕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피하고 싶은 과장으로는 △실무를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며 일을 안 하는 상사(59.0%) △다른 선후배 험담을 하며 맞장구치길 원할 때(52.6%) △조금 알면서 전문가 의견을 무시할 때(50.0%) 등도 꼽혔다. ‘경험에 기반한 권위가 아닌 권위적이기만 한 과장’이나 ‘쓰고 고치는 무한반복 훈련 시키면서 사람을 길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사’ 등이 거론됐다.

 

그렇다면 밀레니얼 세대들이 꼽은 함께 일하고 싶은 상사는 어떤 유형일까. 대체적으로 피하고 싶은 과장의 정반대 스타일이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업무분장을 하고 이를 시행하고자 노력할 때(67.9%) △우리 과와 후배를 감싸줄 때(65.4%) △국장에게 할 말은 할 때(59.0%) △업무 전문성, 배울 점, 공부하는 모습 등을 볼 때(55.1%) △정책에 맞는 부서 방향을 정립할 때(52.6%) 등이었다.

 

사무관들은 “담당자가 수긍하지 못하는 업무에 대해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고 적절히 털어주는 과장”, “다른 부처, 부서 때문에 애먹는 직원이 있으면 동행하거나 대신 통화해 해결해주는 상사”, 사소한 것도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안 가르쳐줘도 아주 잘했네∼”라고 칭찬하는 과장 등을 꼽았다.

 

이정민 인사처 윤리복무국장은 “연가사용 일수 및 초과근무 기간 등 실적관리에서 벗어나 근무혁신이 저조한 원인을 분석, 해결하는 적극적인 관리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며 “기관별 여건에 맞는 자체 근무혁신 지침을 수립하도록 하는 한편 현장 목소리도 지속 경청해 일과 방역이 공존하는 새로운 근무혁신의 정착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