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사 스님이 맞습니까?”(판사)
“네. 맞습니다.”(승려 A씨)
25일 수원지법 형사법정. 이 법원 형사9단독 박민 판사가 머리를 유난히 짧게 자른 피고인에게 직업이 스님이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하는 풍경이 무척 이색적이다. 승려 A(32)씨는 ‘박사방’ 등에서 공유된 성착취물을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의 형사재판 첫 공판에선 ‘인정신문’이라고 해서 이렇게 판사가 피고인에게 주소, 직업, 주민등록번호 등을 묻게 돼 있다.
인정신문이 끝나고 본격적인 공판이 시작돼 검찰이 A씨의 공소사실을 밝히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A씨가 휴대전화 등에 아동·청소년이 대상인 영상물을 포함해 무려 1260건의 성착취물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겉으론 종교인의 탈을 쓰고 속으론 나쁜 짓을 저질러 온 셈이다.
검찰은 A씨 공소사실을 설명하며 그가 2016년부터 지난 3월까지 4개의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8000여건의 음란물을 유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유포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인 ‘n번방’, ‘박사방’ 등에서 공유된 영상물을 제삼자로부터 사들인 뒤 4명으로부터 15만원을 받고 판매했다고 덧붙였다.
검사는 “A씨가 성착취물을 구매해 일부를 판매한 점에 미뤄 그가 영리 목적으로 총 1260건의 성착취물을 소지하고 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A씨 변호인은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에 대해 ‘대체로 인정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 목록의 누락 부분을 확인하고, 일부 증거물과 관련한 열람 후에 의견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보여 첫 재판은 비교적 일찍 끝났다. 다음 재판은 내달 22일 열린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