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6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12% 오른 7.1293위안에 고시했다. 2008년 2월 27일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전날에도 7.1209위안에 고시한 데 이어 이틀 연속 달러당 7위안인 ‘포치(破七)’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에 이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논란 등으로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위안화 환율이 출렁이면서 중국이 의도적으로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미·중 무역전쟁이 극한으로 치달을 당시 위안화 환율이 포치를 돌파하자 중국이 위안화 환율을 무역전쟁 무기로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12% 오른 7.1293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날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도 장중 7.1506위안까지 올라 지난해 9월 고점인 7.1652위안에 바짝 다가섰다. 인민은행은 앞서 전날에도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38% 오른 7.1209위안에 고시했다.
위안화 환율이 이틀 연속 포치를 돌파함에 따라 미국과의 전방위 갈등에 맞서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환율 문제는 양국 간 해묵은 갈등 가운데 하나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 수출기업을 지원하려고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대미 경제 전면전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수출에서 내수 중심의 경제전략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과의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이라는 최악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3일 중국공산당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제13기 제3차 회의 경제계 위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앞으로 국내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을 발전의 출발점 및 목표 지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내수 중심 경제를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위안화 급등은 기본적으로 미·중 갈등 격화에 따라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 불안감이 커진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