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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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분54초' 남겨놓고… 스페이스X, 첫 유인우주선 발사 1차 시도 무산

미국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첫 유인우주선 발사를 오는 30일(현지시간)로 연기했다. 예정시간 16분54초를 남겨두고 카운트다운이 중단되자 지켜보던 이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행사는 미국 땅에서 이뤄지는 9년 만의 유인우주선 발사로 이목이 쏠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27일 오후 4시33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쏘아 올릴 예정이었으나 기상 악화로 발사 1차 시도가 무산됐다.

27일(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에 탑승한 나사 소속 우주인 더글러스 헐리와 밥 벤켄 등이 기상 악화로 인한 발사 연기소식을 전해 듣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AP연합뉴스

예정시간이 다가오자 발사장 주변에는 짙은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우주선이 벼락을 맞을 위험이 커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짐 브라이든스타인 미 항공우주국(나사) 국장은 트위터에 번개 모양의 이모티콘과 함께 ‘오늘은 발사 중단, 우주 비행사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발사 장면을 직접 참관하기 위해 케네디 우주센터를 찾았지만, 일정이 연기되자 다시 발길을 돌렸다. 발사 예정 시간 1시간 전 우주센터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찰하며 연신 “훌륭하다”,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주 비행사들에게 “그들은 현존하는 최고의 비행사들”이라고 격려했고, 머스크를 향해서는 “내 친구”라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우주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왔다는 점에서 이날 발사 취소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1993년 해체된 국가우주위원회를 2017년 부활시킨 뒤 펜스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앉혔다. 달 재탐사 목표 시점을 2028년에서 2024년으로 앞당기는 ‘아르테미스 계획’도 진행해왔다. 또 작년 8월 공군 산하에 우주사령부를 설치한 데 이어 작년 12월에는 미국의 5군인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어 6번째 군대인 우주군을 창설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한 플로리다는 오는 11월 대선 때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 중 한 곳으로 꼽힌다. AP통신은 “이곳은 트럼프가 애리조나, 펜실베이니아, 미시간에 이어 가장 최근에 방문한 대선 격전지”라며 “플로리다는 2016년 대선 때 1.2%포인트 차로 승리한 곳으로 재선 성공의 중요한 승부처”라고 설명했다.

27일(현지시간)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발사를 참관하러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를 방문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사연기 소식을 듣고 백악관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 워싱턴=AFP연합뉴스

이번 발사는 미국인들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종료 이후 미국 땅에서 9년 만에 처음으로 유인우주선을 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우주왕복선 퇴역 이후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에 자국 우주 비행사를 태워 우주로 보냈었다. 브라이든스타인 국장은 이번 발사에 대해 “미국 땅에서 미국 로켓으로 미국의 우주 비행사를 쏘아 올리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크루 드래건을 실어 올릴 스페이스X의 재활용 로켓 팰콘9가 발사될 39A 발사대는 1969년 7월 미국의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가 발사된 곳이기도 하다.

 

스페이스X는 오는 30일 오후 3시22분(동부시간 기준) 2차 발사를 시도할 예정이다. 크루 드래건에 탑승하는 두 명의 나사 소속 우주 비행사 가운데 한 명인 더글러스 헐리(53)는 “모두가 약간 실망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것도 일의 일부”라며 “우리는 30일에 다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