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수도권 확산을 막기 위해 공공시설, 학원 등에 대해 운영자제 행정명령을 내렸다. 생활 속 거리두기와 학생들의 등교 일정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위험시설 방역을 강화했다. 이태원 클럽과 관련해 7차 감염까지 진행된 데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커지자 선제 조치에 나선 것이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28일 브리핑에서 “6월 14일까지 2주간 수도권 모든 부문 방역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며 “초기 수도권 코로나19 전파를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면 학교로 연결돼 등교수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수도권 방역 대책을 결정했다. 회의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 차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외에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관계자도 참석했다.
먼저 수도권 모든 공공 다중이용시설 운영을 14일까지 중단한다. 연수원, 미술관, 박물관, 국공립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은 문을 닫는다. 수도권 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주관 행사도 불요불급한 경우 취소하거나 연기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은 시차출퇴근제,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를 활용해 출퇴근 시간 밀집도를 낮추기로 했다.
학생들이 많이 가는 학원, PC방, 노래방에 대해서도 운영 및 이용 자제를 권고했다. 서울·인천·경기 지자체가 유흥시설에 내린 집합금지 명령은 연장된다. 6월 3일과 8일로 예정된 3차·4차 등교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교육 당국이 지역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등교수업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박 차장은 “학생들의 등교수업을 보호하기 위해 다음 1, 2주 기간이 중요하다”며 “상황이 악화하면 부득이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환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 주민들은 14일까지 가급적 외출·모임·행사를 자제하고, 음식점·주점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생활 속 거리두기 이후 잇단 집단감염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생활방역 전환 기준으로 코로나19 하루 신규환자 50명 미만, 감염경로 불분명 환자 5% 이하, 방역망 통제 밖 환자 20% 미만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코로나19 신규환자는 79명을 기록했다. 전날 40명에 이어 다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신규환자 79명은 지난 4월 5일(81명)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최근 2주(5월14∼28일) 신규환자 353명 가운데 감염경로를 파악 중인 환자는 7.6%(27명)에 이른다. 방역망 밖에서 발생하는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확진자가 특히 급증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82명에 이른다. 지난 25일 첫 환자가 확인된 이후 3일 만에 80명 넘게 불어났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4159명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환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서울 중구 KB생명보험 콜센터에서도 현재까지 8명이 확진돼 또 다른 집단감염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