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온라인 공간에서 민주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누리꾼들로부터 극심한 인신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윤 당선인이 “비난을 중단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윤 당선인은 29일 국회에서 과거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시절의 기부금 횡령 의혹 등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할머니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할머니에 대한 비난을 중단해달라”며 “할머니들은 성노예 피해 아픔만으로도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가 보수적이라 (성범죄) 피해를 인내하고 있을 때 용기를 낸 분들이라고 역사는 기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침묵할 때 할머니들은 운동을 했던 것”이라고 규정한 윤 당선인은 “세계 여성 인권운동의 중심에 섰던 할머니에게 미안해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그분에게 돌팔매를 던질 수 있는 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5일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민주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비난 공세가 금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할머니가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당선인을 비판한 직후부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친여 성향 네티즌들의 비난성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페이스북 그룹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에 “이용수 할머니 당신은 새누리당 공천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니까 그렇게 배가 아팠냐”라는 글이 올라온 것이 대표적이다.
“당신이야말로 다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 “당신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피해자들과 강제동원된 징용공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등 반응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노망난 할망구’, ‘역겹다’ 등 원색적 표현까지 등장해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한편 2012년 이 할머니의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 신청을 윤 당선인이 말렸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도 이뤄졌다. 윤 당선인은 “(8년 전의 일이라) 그때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할머니가 거리에서 전화를 했다”며 “(할머니가) ‘국회의원을 하고자 한다’고 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