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발표된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인물은 박경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4·15총선에서 낙선한 인사가 선거 후 처음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의전상 장차관에 해당하는 예우를 받았던 전직 국회의원이 ‘급’을 낮춰 청와대 비서관으로 들어간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박경미 신임 청와대 교육비서관은 수학 교수 출신이다.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 4년간 의정활동을 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현 비대위원장이 당시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박 비서관 영입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15 총선에선 비례대표 대신 지역구를 택해 서울 서초을에 출마했으나 미래통합당 박성중 의원에게 져 21대 국회 입성은 좌절됐다.
박 비서관은 서울대 사범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해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수학과 관련한 여러 권의 책을 집필한 수학 전문가다. 그는 흔히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출신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선 고교 수학교사를 지낸 경험도 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교 현장은 물론 교육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이때에 문재인 대통령과 교육부, 그리고 교육계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적임자로 평가되는 이유다.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가 청와대 수석비서관(차관급)으로 이동한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으나 수석 아래 그냥 비서관으로 옮기는 풍경은 현 문재인정부 들어 비로소 보편화한 풍경이다. 아무래도 ‘급’을 낮추는 것인 만큼 당사자들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현 청와대에는 국회의원 출신 비서관으로 김광진 정무비서관, 김제남 기후환경비서관이 있다. 이전에도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은수미 전 여성가족비서관, 박수현 전 대변인(비서관급) 등 의원 출신이 적지 않았다. 백원우 전 비서관 같은 이는 초선도 아니고 재선의원 출신이 청와대 비서관을 선택해 ‘너무 심하게 급을 낮춘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금배지 떨어진 정치인을 위한 일자리 챙겨주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엄연히 존재한다. 문 대통령이 최근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건의를 수용하는 형태로 참모진에 ‘정무장관직 신설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 역시 겉으로는 청와대와 야당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게 목적이나, 실은 21대 국회 입성에 실패한 여권의 중진 정치인을 챙겨주는 차원의 ‘위인설관’이란 지적이 없지 않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