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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대신 키오스크 ‘점령’… 서비스업 일자리가 사라진다 [탐사기획 - 노동4.0 별 '일' 없습니까]

‘셀프계산’ 트렌드 확산 / 식당·영화관·커피숍·마트… 전방위 활용 / 3대 패스트푸드점 도입률 60~90% 달해 / 인건비 절감에 소상공인·자영업자도 설치 / 시장규모 20년 전 100억서 3000억원 ↑ / 산업 전반 일자리 감소 / ‘아마존’ 등 무인매장·자율 배송 서비스 / AI·키오스크 결합 더 많은 영역 고용 감소 / 국내 10월부터 로봇이 우편물·택배 배달 / 금융·의료 등 고숙련업무에도 도입될 듯

#.“기계한테 밀리게 될 줄 몰랐네요.”

대학생 A(22·여)씨는 최근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었다. A씨를 포함해 5명이 일하던 패스트푸드점은 직원 2명을 줄이고, 근무 시간을 조절했다. 그 자리에 대신 키오스크가 추가로 들어섰다. A씨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표적인 ‘알바’ 자리인 편의점, 음식점, 영화관, PC방 등은 언택트 시대에 맞춰 무인화 열풍이 거센 상황이다.

 

#.“키오스크 설치가 가장 잘한 일 같아요.”

서울 광진구에서 지난해 작은 우동가게를 연 B(47)씨는 키오스크 설치를 장사 시작 후 최고의 선택으로 꼽는다. B씨는 직원을 구하려다 고민 끝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무엇보다 인건비 영향이 컸다. 키오스크 임차에 들어가는 돈은 매달 10만원. 하루 6시간 아르바이트생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에 들어가는 돈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된다.

서비스업 일자리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일자리 감소의 첨병에는 키오스크가 있다. 키오스크는 원래 ‘신문·음료 등을 파는 매점’을 의미했지만, 최근에는 서비스업 전반에 걸쳐 두루 활용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이뤄지는 기기 특성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체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키오스크의 공습

키오스크는 서비스업 분야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3대 패스트푸드 업체인 롯데리아, 버거킹, 맥도날드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지난 4월 현재 60∼90%에 달한다. 매장 공간 사정으로 키오스크 설치가 불가능한 곳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매장에 설치됐다는 설명이다. 아예 직원이 없는 편의점도 있다. 매대에 장착된 무게 감지 센서를 통해 소비자가 집어 든 물품을 감지하고 가격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물건을 고른 후 출입문을 통과하면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결제시스템으로 자동 결제된다.

 

경기도의 한 키즈카페 체인점도 최근 ‘언택트’ 시대에 맞춰 문을 새로 열었다. 이 업체는 매장 한 곳당 평균 7명의 직원을 채용했지만, 새로 문을 연 키즈카페의 직원 수는 2명뿐이다. 대신 요금 계산, 식음료 판매 등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키오스크를 곳곳에 설치했다.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영화관 등은 주차요금을 징수하는 직원을 채용했지만, 이제는 무인결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이후 키오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약해지면서 대형 매장뿐 아니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도 키오스크 설치에 나서고 있다.

사회 곳곳에 키오스크가 자리 잡으면서 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했다. 세계일보가 국립전파연구원에 전파인증을 취득한 키오스크 건수를 통해 확산 속도를 가늠한 결과, 2010년 28건에 불과했던 키오스크 ‘적합등록’ 건수는 지난해 85건으로 3배가량 늘었다. 올해에도 지난 4월 현재 41건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이명철 키오스크코리아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키오스크는 쇼핑몰 층별 정보나 관광 안내 정도였다. 최근에는 영화관, 커피숍, 식당, 마트까지 ‘언택트’ 경향이 짙어지면서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형태의 키오스크가 새로 만들어져서 그만큼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bc리서치는 세계 대화형 키오스크 시장이 2015년 492억달러에서 2021년 835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999년 100억원이던 키오스크 시장 규모가 2009년 1000억원, 2014년 2000억원, 2018년 3000억원(신한투자금융 보고서)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경향이 심화하면서 이 같은 증가세를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라지는 서비스업

‘키오스크 공습’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사람이 설 자리에 기계가 들어서는 만큼 일자리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미국에서는 2013년 맥도날드가 1만4000개 매장에서 키오스크 도입 추진을 밝히자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2016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무인 식료품 매장인 ‘아마존고’를 연 사건은 키오스크 충격의 상징과도 같다. 아마존고는 AI 기술을 이용한 키오스크를 도입해 무인매장을 운영해 높은 수익성을 올렸다. 기술을 통해 직원을 없애고 수익을 높이는 방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일자리의 미래를 단편적으로 보여준 사건으로 꼽힌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숙박·음식업 종사자는 16만6000명 감소했다. 코로나19 충격에다 대체 가능한 서비스업 일자리 영역에서 빠르게 자동화, 무인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가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기술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도입할지 여부는 인간이 결정하는 부분이 크다”면서 “코로나19는 대체 가능한 일자리에서 기계의 도입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다 해도 사라진 일자리가 100%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사람을 고용하는 행위가 ‘위험’으로 작용하면서, 각 사업체는 키오스크 도입으로 인한 효율성을 찾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 위원은 “기술은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에 도입이 확대되면 자동화에 들어가는 비용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 단가가 낮아지면 이용을 주저하던 업체의 도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산업 전반으로 확산”

 

그렇다고 키오스크 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크게 늘었거나 전체 제조업 일자리가 증가한 것도 아니다. 국립전파연구원에 올라온 키오스크 관련 업체를 분석한 결과 직원 수 파악이 가능한 140개 업체 가운데 직원 수가 100명이 넘는 곳은 18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롯데컬처웍스와 같이 키오스크 사업이 주요 분야가 아닌 기업을 제외하면 그 수는 10개 남짓으로 줄어든다. C업체의 경우 매출이 2015년 26억원에서 2018년 75억원으로 확대됐지만, 직원 수는 16명에 불과하다.

키오스크 충격은 비단 서비스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AI와 키오스크의 결합은 더 많은 영역에서 더 빠르게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이미 자율배송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여기에는 아이스박스처럼 생긴 동체에 바퀴 6개가 달린 배송 로봇 ‘스카우트’가 활용된다.

 

이밖에 미국 무인 식료품 배달 자동차 개발 스타트업 ‘뉴로’도 최근 각종 생활필수품을 주문자의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소형 로봇 관련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르면 올해 10월부터 ‘자율주행 이동우체국’ 서비스가 시범 운영된다. 이는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로봇이 특정 장소로 이동해 등기·택배 등을 신청받거나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지난 2월 한국경영학회 학술지에 실린 ‘키오스크 산업 분석: 도입 효과와 시장 분석’ 보고서는 “키오스크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서비스업 분야의 고용 감소를 초래해 관련 부문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라며 “키오스크가 점차 금융, 의료, 법률 등 고숙련 업무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배민영 기자 ysah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