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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신뢰 하에 이뤄진 것"… '후원금 반환소송' 나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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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합의금 기부 대학생부터 / 지난 4년간 알바비 후원 일반인까지 / 평화·인권 위해 노력하는 할머니 보고 후원 / '후원금 환불 불가' 나눔의집 상대로 / "유용 밝혀지면 다시 받아내는 선례 만들 것" / 본격 소송 준비 착수… "추가 소장도 준비"

“제 기부금을 수령한 이들은 그들이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합니다. 기부자들이 나눔을 행한 건 그것이 나눔의 대상에게 적어도 납득 가능한 정도로 전해지리라는 신뢰 하에 이뤄진 것입니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의 후원자 강모(25)씨는 ‘후원금 반환 소송’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학생인 강씨는 2018년 교수로부터 당한 강제추행의 조정합의금으로 받은 900만원을 지난 3월 나눔의 집에 기부했다. 이 합의금은 A씨가 강제추행 피해로 인해 학교에 다니지 못하면서 발생하게 된 등록금 및 입학금 손실액과 추가 등록금, 정신과 치료비 등이 포함된 금액이었다.

 

2015년 5월부터 4년간 나눔의 집을 후원한 서모(30)씨도 “(나눔의 집이) 제대로 일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을 느꼈다”며 소송에 나서게 된 이유를 밝혔다.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번 돈 중에서 매달 3만원을 빼 나눔의 집에 후원해 온 서씨는 “(나눔의 집이) 잘 사용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며 “나눔의 집에 다시 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원금 유용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나눔의 집을 상대로 “후원금을 돌려달라”는 후원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후원금 환불 불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나눔의 집을 상대로 한 소송을 통해 ‘시민단체의 후원금 유용이 밝혀지면, 이를 다시 받아낸다’는 선례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 연합뉴스

2일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반환소송 대책모임’에 따르면 이날까지 반환소송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원자는 10명을 넘어섰다. 대책모임은 지난달 28일 “후원자들이 소송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 단체의 회계를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부당하게 착복한 후원금에 대해서 환급을 요구하고자 한다”며 본격적인 소송 준비에 착수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는 “후원금을 할머니들을 위해 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던 (나눔의 집의) 기망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라며 “오는 4일 1차로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 이후 소송에 참여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더 있으면 추가로 소장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후원자들은 고통의 시간을 겪어 낸 할머니들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평화와 인권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눔의 집을 후원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씨는 “아무리 제가 귀중한 존재라고 해도, 강제적인 신체접촉과 선정적인 모욕에 노출되고 그 이후에 자신이 소위 말하는 ‘꽃뱀’이 아님을, 결백함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제 자아와 긍지는 한없이 작아져만 갔다”며 “그 과정에서 할머님들의 지난 삶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깊이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씨는 “할머니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후원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지난달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원자들은 최근 나눔의 집을 둘러싼 의혹들을 바라보며 할머니들이 겪었을 부당대우는 물론,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에 대한 의혹을 토대로 할머니들의 지난 노력을 비하하는 세력이 생기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소송을 추진한 김영호(28)씨는 “(나눔의 집이) 의혹에 대해서 명백히 밝히지 못한다면, 이를 다시 회수해 원래 취지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후원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해 소송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은 내부고발자들의 문제 제기 이후, ‘후원금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다.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하지 않은 채 후원금을 모아온 나눔의 집은 후원금 유용 등이 드러나면 기부금을 반환하도록 규정한 기부금품법을 적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김 변호사는 “(민사소송이라)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번 후원금 반환소송을 통해 앞으로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눔의 집 이사진들은 이날 오후 서울 광진구 영화사에 모여 비공개로 이사회를 진행했다. 나눔의 집 측은 “이사회에 앞서 징계위원회도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