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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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걸리면 끝’ 과수화상병 전북 익산까지 확산 ‘비상’

전북지역서 과수화상병 첫 발병 / 농촌진흥청, 위기 경보 '경계'로 상향 조정

최근 경기와 충청, 강원 등에서 잇달아 발병한 과수화상병이 전북 익산지역으로 확산해 농산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또 경북에서도 과수화상병 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등 전국으로 확산하는 추세여서 지자체마다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해 방제에 나섰고, 농촌진흥청도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 조정해 예찰 강화를 주문했다.

 

2일 전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전날 익산시 낭산면 한 과수원의 사과나무 195주에서 과수화상병이 확진돼 긴급 방제에 나섰다. 농업기술원은 또 이날 곧바로 과수화상병 예찰·방제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타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시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정기 예찰을 서두르는 등 긴급 방역체계를 가동했다.

 

농원 주인은 “지난달 20일쯤 사과 과일 솎기 작업을 하다 잎과 가지가 마른 나무를 발견해 농업기술원에 진단을 요청했다”며 “이후 확진이나 나오기 전까지 열흘 새 전체 과수의 20%가 넘게 감염이 빠르게 확산했다”고 말했다.

 

전북지역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북농업기술원은 과수화상병 발생 농원 반경 5㎞ 이내에 포진한 21개 농가(24㏊)를 대상으로 예찰해 이곳에서 3㎞가량 떨어진 다른 과수농가에서도 의심 과수 나무를 발견하고 국립농업과학원에 정밀진단을 의뢰했다.

 

과수화상병은 사과, 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생기는 치명적인 세균병으로 한번 감염되면 잎과 꽃, 가지, 줄기, 과일 등이 불에 그을린 것처럼 붉은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해 결국 나무가 통째로 말라 죽는다. 빠른 전염력으로 인해 나무 한 그루에서 발생해도 전체 과수원을 폐원해야 할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낳지만,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예방과 확산 방지가 최선책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2015년 경기 안성시 배 농가 3곳(1.75㏊)에서 과수화상병이 최초로 발생한 이후 충남 천안과 제천 사과 농장으로 확산해 68개 농가에서 59.9㏊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는 경기 연천과 파주, 이천, 용인에 이어  충북 충주과 제천, 음성, 충남 천안, 강원 원주 등지 188농가(131.5㏊)로 빠르게 확산했고,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 경기 안성을 시작으로 충주와 안성, 제천, 천안, 음성, 익산 등지 87농가(487㏊)에서 발생했다.

 

의심 신고도 늘어 이들 지역을 포함해 국내 최대 사과 생산지인 경북 영주에서도 접수됐다. 농진청은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하고  9개 시군을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사과와 배 농장에 대한 예찰에 들어갔다. 또 농업기술원 등과 함께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농가의 과수를 매몰 처리하는 등 긴급 방제에 나섰다.

 

농진청 관계자는 “최근 비가 자주 내리고 발병이 쉬운 온도(25∼27℃) 조건이 조성되면서 예년보다 발생 건수가 늘었다”며 “의심 주를 발견했을 때는 자체적으로 바로 제거하지 말고 즉시 지역 내 농업기술센터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