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억울한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확산 중인 가운데, 혼란을 틈타 개입한 ‘외부세력’이 시위를 방화, 약탈 등 폭력적 양상으로 이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티파(ANTIFA·반파시스트)와 같은 극좌 집단을 주동 세력으로 지목했다.
미국 CNN방송은 1일(현지시간) 연방수사국(FBI)이 시위 중 발생한 폭력 및 경찰관 폭행에 연루된 극우와 극좌 단체를 모두 추적 중이라고 보도했다. 추적 대상에는 무정부주의자와 극우 극단주의·백인 우월주의와 연루된 반정부 집단, 극좌 성향의 이념에 동조하는 극단주의자 등이 포함된다고 알려졌다.
외부세력의 정체가 아직 불분명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윌리엄 바 법무장관 등은 이들을 극좌 성향인 안티파와 급진 좌파로 규정했다. ‘안티파:반파시스트 핸드북’의 저자인 마크 브레이 럿거스대학 교수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안티파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한 대통령 발언에 대해 “트럼프의 경솔한 혐의 제기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공격적인 시위를 불법화하고, 백인 우월주의와 경찰의 잔인성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반파시스트 운동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극단주의 활동 연구자들은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관여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극단주의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는 J J 맥냅은 주말 시위 현장을 담은 사진을 조사한 결과, 군중 속 소총과 군사 장비로 무장한 ‘부걸루’(느슨한 극우 극단주의 조직) 회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메건 스콰이어 일론대학 교수(컴퓨터공학)도 노스캐롤라이나 주도 롤리의 시위 현장에서 찍힌 사진에서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 최소 4명을 봤다고 말했다.
연방 당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는 허위정보 유포 활동에 해외 세력이 개입했는지도 수사하고 있다. 지난 4월 팔로어 수가 200명이 채 안 되었던 SNS 계정이 급성장한 사례 등은 전형적인 허위정보 유포 활동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마코 루비오(공화당·플로리다) 상원의원은 “안티파부터 부걸루 집단에 이르는, 테러리스트 목록에 오른 외부세력이 폭력을 저지르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