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흑인 사망 시위로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도 방어 태세를 본격화했다. 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이 전격 투입돼 사태가 끝날 때까지 주둔할 예정이다.
이날 LA 총영사관과 한인회에 따르면 주 방위군은 한인타운 치안 유지와 시위대의 한인 상점 약탈 등을 막기 위해 군 병력 투입을 결정했다. 장갑차량 험비와 군용 트럭 등 무장한 군 병력 30여명은 이날 오후 3시30분쯤 웨스트 올림픽대로에 위치한 한인 쇼핑몰 갤러리아를 비롯해 3∼4곳에 배치됐다. 아직 직접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민간 커뮤니티에 주 방위군이 예방 차원에서 투입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풀이된다. 현재 LA 일대에 전개된 주 방위군 500여명은 약탈과 방화 피해가 발생한 상점가와 주요 공공기관 위주로 배치돼 있다.
마이클 무어 LA 경찰국장은 “한인타운에 제2의 LA 폭동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알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LA 경찰과 LA카운티, LA시는 이날 오후 한인 대표 40여명과 개최한 온라인 간담회에서 1992년 LA 폭동 사태를 언급한 뒤 “그때와는 다르다. 우리가 이제는 한인들을 보호할 것”이라며 “한인들은 자체 무장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시위와 관련해 2일(한국시간) 현재까지 총 79건의 한인 상점 재산 피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전날 보고된 26건에서 3배 가까이 늘었다.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이태호 2차관 주재로 이날 미국 주재 8개 지역 총영사와 화상회의를 열어 우리 국민 보호 대책을 논의했다.
수도 워싱턴에서는 백악관 인근 한인 주류점 등의 피해 사실이 현지 언론에 보도됐다. 피해 사진을 보면 바닥에 여러 개의 와인병 등이 산산조각나 있다. 워싱턴식품주류협회 민경득 회장은 1일 “시위가 더 커지면서 피해를 막기 위한 준비에 다들 바쁘다”며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시위대에 끼는 약탈범들”이라고 밝혔다.
정지혜·홍주형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