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AI는 거부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 노동의 개념 자체가 지금과 달라져” [탐사기획 - 노동4.0 별 ‘일’ 없습니까]

학계·전문가들 “두려움 가져선 안돼” / AI 도입 땐 인간은 단순노동서 해방 / 놀이 범주의 활동이 일자리가 될 것

학계와 인공지능(AI) 공학 전문가들은 “기술의 발전과 도입을 막을 수는 없는 만큼 AI를 거부하거나 막연한 두려움을 가져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대신 “미래를 앞두고 지금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기업 솔트룩스의 이경일 대표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으로 누를 수 있었던 건 규격화된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게임의 규칙이 일정했기 때문이다”라며 “반복적이지 않은 직업은 절대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를테면 진단과 수술은 기계가 하고 의사는 환자와 가족을 위로하고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충실히 설명해주는 업무를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건강·마음 상담 등을 하는 테라피스트와 같은 모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마부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두려움과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영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을 가로막은 점을 거론하며 AI는 거부할 수 없는 물결임을 강조했다. 그는 “AI전문가여도 사회 각 분야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AI를 개발할 수 없다”며 “이제는 기계와 사람이 협력해야 하고, 기계가 일하게 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은 “AI에게 어떤 문제를 풀라고 시킬 것인지, AI가 어떻게 문제를 푸는지를 아는 능력에 더해 인간에 대한 공감력과 이해력이 더욱 요구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교육은 정답을 끄집어내는 방법을 가르쳐줬지만, 이제 그 정답은 컴퓨터 안에 제일 많이 있다”면서 “따라서 이제부터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도 더욱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대 이재구 교수(소프트웨어학)는 “노동의 개념 자체가 지금과 달라질 것”이라며 “AI가 도입되면 인간은 단순노동에서 해방된다. 그러면 엔터테인먼트 등 과거 놀이의 범주에 있던 활동들이 일자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해방됨으로써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오히려 고차원적인 일자리가 파생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AI시대에 앞서 해야 할 일로 전문인력 양성을 꼽았다. 그는 “인공지능을 칼에 비유한다면 칼을 만드는 사람, 즉 장인이 필요하지만, 그 칼을 다루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AI 분야 장인이 필요한 건 맞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