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 국민에게 20만원씩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을 정부에 공식 건의했다. ‘돈줄’을 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지원금 지급에 이미 선을 그은 터라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경기도는 정부가 2차 긴급재난지원금 편성에 필요한 10조3685억원의 예산을 3차 추경안에 포함해달라고 지난달 29일 정부에 건의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건의는 이 지사의 정책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가 35조∼40조원 규모의 디지털·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하자 이 금액 중 25%가량을 공급이 아닌 수요 측면의 재난지원금으로 돌리자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는 2차 재난지원금이 필요한 이유로 불황 장기화를 꼽았다. 그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경제는 상당 기간 나빠질 가능성이 있기에 최소한 두세 번은 더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경제순환을 원활하게 하려면 공급보다는 수요(재난지원금)를 보강해야 정상적 순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 제안대로 국민 5184만명에게 추가 지원을 할 경우 10조원 넘게 든다. 범위를 경기도로 좁히더라도 1331만명 기준 2조6623억원이 들어간다.
문제는 이 돈을 어디서 가져오느냐다. 도 관계자는 “경기도의 경우 도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재원인 재난관리기금과 지방채 발행을 거의 소진했다”며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결국 정치적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입장은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때처럼 부정적이다.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서다. 홍 부총리는 전날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정부 합동브리핑 후 질의·응답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재난지원금의 선순환 효과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원칙적으로 (2차 재난지원금을) 고려대상에서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재원조달 방안이 뒷받침되는 게 바람직한데, 부자를 대상으로 한시적 부유세를 부과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자영업자의 매출 증가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 때문인지, 재난지원금 덕분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며 “(효과가 불분명한) 재원지원금 확대는 빚을 늘려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 4월부터 자체 재난기본소득(1인당 10만원)을 지급한 뒤 지역경제를 살리는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한국신용데이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한 도내 자영업자의 카드 매출 비율은 올 4월 셋째 주(4월 13~19일) 95%에서 5월 셋째 주(5월 11~17일) 107%로 오히려 상승했다. 도 관계자는 “선별 지원한 다른 광역지자체의 카드 매출이 들쑥날쑥하거나 낮은 수치를 보인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