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체포당하는 과정에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는 경찰관들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라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다만 질식사 여부 등을 놓고서는 당국 검시관실과 유족 측 부검의의 소견이 달라 플로이드의 정확한 사인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실은 1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플로이드의 사인이 “경찰관의 제압과 억압, 목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심폐 기능의 정지”라고 밝혔다. 검시관실은 그에게 심장 질환의 징후가 있었으며, 진통제인 펜타닐 중독과 각성제인 메타암페타인 복용 흔적이 있다면서도 이를 사망 원인으로 지목하지는 않았다.
검시관실은 이에 따라 플로이드의 죽음을 ‘타살’(homicide)로 분류했다. 교살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예비 부검 결과와는 달리 데릭 쇼빈 등 경찰관들이 플로이드의 목과 몸을 무릎 등으로 찍어누른 행위가 직접적인 사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검시관실은 “경찰에 제압된 상황, 기저질환, 그의 몸속에 혹시 있었을지 모르는 알코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사망한 것 같다면서 교살이나 외상에 의한 질식 가능성을 배제했었다.
다만 검시관실은 ‘질식(사)’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반면 유족의 별도 의뢰를 받은 부검의들은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 뇌로 이동하는 혈류가 차단되면서 질식사한 것”이라며 “의식을 잃은 지 4분도 안 돼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놨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독자적 부검에 참여한 전 뉴욕시 검시관 마이클 베이든은 “경찰은 ‘말을 할 수 있으면 숨도 쉴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며 “플로이드는 산소 호흡을 하지 못해 죽었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3급 살인 및 2급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쇼빈에게 1급 살인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면서 현장에 있던 다른 3명의 경찰관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을 대리하는 안토니오 로마누치는 “자신의 행동이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고의성이 입증된다”며 “플로이드의 목을 누른 무릎뿐 아니라 그의 등을 누르고 있던 다른 경찰관 2명의 체중도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행인들 접근을 막으며 동료들의 가혹행위를 방치한 다른 경찰관 1명도 처벌 대상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플로이드의 사인이 된 ‘목 누르기’ 제압법을 관행처럼 써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NBC방송은 경찰 물리력 사용 기록을 분석한 결과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2015년 초부터 현재까지 최소 237차례의 목 누르기를 사용했으며, 44명의 용의자 또는 참고인이 이로 인해 의식을 잃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날 보도했다.
44명의 절반 가까이가 다쳤는데, 얼마나 심각한 부상인지는 기록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 기법이 상대의 공격적인 행동이 있었을 때 사용된 사례는 5건에 불과했다. 목 누르기를 당한 사람의 60%가량이 흑인, 30%가 백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어떤 경찰국에서도 이런 제압법을 훈련하거나 허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목 부위를 잘못 조르거나 누르면 숨을 쉬지 못하거나 목뼈가 부러져 사망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에만 일부 허용되기는 하지만, 온라인상에 공개된 미니애폴리스 경찰국 매뉴얼에는 이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8년 이상 수정되지 않은 채 명시돼 있다고 NBC는 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