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게 전달돼야 할 후원금을 유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주거복지 시설 ‘대한불교 조계종 나눔의 집’ 이사회가 안신권 소장을 뒤늦게 사직 처리됐지만 내부 고발자 측은 ‘징계로 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2일 나눔의 집 법인의 법률 대리인인 양태정 변호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법인은 서울 광진구 영화사에서 징계위원회를 열고 안 소장을 사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양 변호사는 “이번 논란의 책임을 물어 안 소장을 사직 처리하기로 결정했다”며 “다만 후임 시설장 공모가 끝날 때까지 무보수로 일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앞서 안 소장은 지난 2월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다.
법인은 징계위에 이어 이사회를 개최해 경기도와 광주시가 특별 지도점검에서 문제를 제기한 정관과 운영 규정도 개정하기로 했다.
안 소장의 사직 처리가 이사회의 꼬리자르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양 변호사는 “(이번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설 운영진의 문제”라며 “이사회 입장에서는 운영진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운영진이 기부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변호사는 “(기부금을) 절차적인 문제로 사용하지 못했지만 사적 횡령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유용 의혹을 공익 제보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내부고발 직원들이 나눔의 집 관련 문제가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다고 문제제기 했기 때문에 이사회가 의지를 보여 새 시설장을 선출하는 것”이라며 “내부 고발 직원의 말씀은 경청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며, 불이익을 주거나 무시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내부 고발 직원을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양 변호사는 “내부 고발 직원 외에 다른 직원들의 말씀을 비교하면 서로 의견이 다른 점이 있어 조사중”이라고만 밝혔다.
안 소장의 사직 처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내부 고발 직원 측 관계자 A씨는 “사실상 처벌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직은 본인의 의사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징계로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내부 고발 직원들의 법률 자문을 맡는 류광옥 변호사도 “징계나 처벌이라는 건 법적인 의미인데, 법적인 의미의 해임을 하지 않은 건 분명하다”며 “어떤 의도였던지 간에 법적으로는 징계나 처벌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지난달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은 나눔의 집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보도하면서 후원금 유용 의혹이 일었다.
방송에는 나눔의 집 직원 내부 고발까지 나왔는데, 이들 직원은 “소장 등이 후원금을 횡령하고 할머니를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날 이용수 할머니는 나눔의 집을 찾아 내부 고발 직원들을 격려한뒤 대구로 돌아갔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