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여섯 번째인 이번 추경은 역대 최대 규모의 초슈퍼 추경이다. 정부가 3차 추경을 편성한 것은 거의 반세기 만이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1년여 만에 국가채무가 100조원 가까이 늘어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정부는 3일 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경제위기 조기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제3회 추경안’을 확정했다. 추경안은 4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추경안은 우리 경제가 코로나19에서 시작된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선도형 경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번 추경은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추경(28조4000억원)과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추경(13조90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올해 들어 1차 추경(11조7000억원)과 2차 추경(12조2000억원)에 이어 3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코로나19에 대응한 정부의 정책패키지 규모는 약 270조원 수준이다. 이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정부 추정치의 14%에 달한다. 정부가 3차 추경을 편성한 것은 1972년 이후 48년 만이다.
이번 추경안은 세출 확대분 23조9000억원,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세입 경정분 11조4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세입 경정분은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성장률 하락과 세수부족을 고려한 것으로, 역시 사상 최대 규모다.
세출 확대분은 위기기업·일자리를 지키는 금융지원(5조원), 고용·사회안전망 확충(9조4000억원),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3조7000억원), K방역산업 육성과 재난대응시스템 고도화(2조5000억원)에 각각 투입한다. 이 중 포스트 코로나시대 새로운 성장발판 마련을 위한 ‘한국판 뉴딜’에는 우선 5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오는 2025년까지 5년간 76조원을 투입할 대규모 프로젝트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번 추경 소요재원의 약 30%인 10조1000억원은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조달했고, 1조4000억원은 근로복지진흥기금 등 8개 기금의 여유재원을 동원해 충당했다. 나머지 재원 23조8000억원은 역대 최대 규모의 적자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이에 따라 재정 건전성 지표는 악화가 불가피하다. 2019년도 본예산 기준 740조8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이번 추경 기준 840조2000억원으로 10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정부의 실제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각각 43.5%와 5.8%로 급등해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정부는 추경안이 이달 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국회 통과 이후 3개월 안에 추경 예산의 75% 이상을 집행할 방침이다. 정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여야는 대승적 결단으로 21대 국회의 문을 조속히 열어달라”며 추경안의 신속한 처리를 호소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