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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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흑인 사망’ 항의시위 격화속 유럽 등으로 확산

佛, 수천명 대행진 ‘흑인죽음’ 추모 / 경찰, 최루탄 쏘며 진압… 美와 유사 / 네덜란드·호주 등지에서도 집회 / 시위대 ‘인종차별’ 개선 강력 촉구 / 교황 “인종차별 용납·외면 안돼 / 폭력으론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어”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유럽에서도 인종차별 반대 집회가 확산하는 조짐이다.

코로나에도 파리 대규모 항의시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데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격화하는 가운데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법원 앞에서 열린 ‘아다마를 위한 진실’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이 쏜 최루가스를 피해 흩어지고 있다. 파리 시위대는 흑인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가 2016년 파리 근교에서 경찰에 연행된 뒤 갑자기 숨진 일을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빗대며 공권력의 남용과 인종차별을 비판했다. 파리=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서 전날 열린 인종차별 항의시위 현장에서 현지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가스를 살포하는 등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파리 법원 청사 근처에서는 지난 2일 수천명의 시민이 모여 2시간 동안 거리행진을 하며 플로이드를 추모했다. 이들은 플로이드뿐만 아니라 2016년 파리경찰청에 연행돼 숨진 20대 청년 아다마 트라오레도 함께 추모했다.

 

파리경찰청은 당초 이 집회를 불허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모든 군중집회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집회 현장에 많은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위는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시위대가 집기에 불을 지르자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진압하면서 과잉진압 논란이 점화됐다. 파리뿐 아니라 마르세유와 릴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이어졌다.

미국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흑인 남성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2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지는 동안 시위대와 주방위군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에서 함께 ''한쪽 무릎 꿇기''를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FP=연합뉴스

호주 시드니에서도 플로이드 죽음에 분노하는 3000여명이 운집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호주에서는 1991년 이후 432명이 경찰의 구금 과정에서 숨졌고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진 분위기다. AP통신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도 플로이드 죽음을 계기로 인종차별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고, 스웨덴의 경우 6000여명이 온라인 추모 행사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 정례 영어 미사에서 “우리는 어떤 종류의 인종주의나 차별도 용납하거나 외면할 수 없다. 플로이드를 비롯해 인종차별의 죄악으로 희생된 모든 이들의 영혼의 안식을 위해, 이뿐만 아니라 슬퍼하는 가족과 국민적 화해, 평화를 위해 기도드린다”면서 처음으로 미국 시위 사태에 관해 언급했다. 동시에 교황은 “폭력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많은 것을 잃는다”며 일부 시위대의 폭력행위를 “자기 파괴적이며 자멸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도 플로이드 사망사건을 “권력 남용”으로 규정하고 “우리 사회 모두가 공권력 남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