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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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하늘 두 쪽 나도 본회의 열 것”… 野 “독재 선전포고” 반발

민주, 53년 만에 ‘단독 개원’ 태세 / 김태년 “통합당 조건 없이 참석 바라” / 주호영 “與, 일방적 운영 국회 망쳐” / 상임위장 배분 등 밤늦도록 힘겨루기 / 안철수 “野에 법사위장 내주고 개원을” / 정의당도 “與 독주는 독배” 양보 촉구

21대 국회가 53년 만에 ‘단독 개원’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4·15총선에서 177석을 획득한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개최 하루 전인 4일 ‘단독 개원’ 카드를 흔들며 미래통합당을 강하게 압박했다.

“잘못된 관행 혁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왼쪽)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법이 정한 날짜인 내일 본회의를 열겠다”며 “미래통합당은 조건 없이 본회의에 참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관행이라는 이유로 국회가 장기간 공전했고 협치라는 이름으로 법이 무시됐다”며 “야당은 잘못된 관행을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있지만 국민은 과거의 잘못을 혁파하고 국회의 근본부터 바꾸라고 명령한다”고 말했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과 지난 2일 두 차례 만찬 회동을 했지만 상임위원회 배분 등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저녁에도 만나 밤늦도록 협상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원구성 협상과 별개로 국회법에 규정된 오는 5일 본회의를 열고 의장단을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통합당은 원구성 협상이 마무리되기 전에는 본회의를 열 수 없다고 맞섰다.

 

민주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탄생한 ‘절대 과반’ 정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결위와 법사위는 각각 예산안과 법안이 본회의로 상정되기 전에 거쳐야 하는 길목이다. 17대 국회 이후 법사위는 관행상 야당 몫이었다. 이런 관행을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계속 버티면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18개 상임위원장을 전부 표결에 부치겠다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정의당, 열린민주당,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등과 함께 188명이 서명한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했다. 범여 정당만의 단독 국회는 언제든 가능한 상황이다.

“與, 사실상 겁박”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모습은) 사실상 겁박에 가까운 협상 태도”라며 “민주당의 일방적 국회 운영은 국회를 망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독재의 선전 포고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법에 규정된 6월5일 의장단 선출은 훈시 규정임에도 불구하고 강행 규정인 것처럼 의사국을 압박해서 무리수를 감행하고 있다”며 “1967년 7월10일 한 차례 단독 개원 이후 50여년 만에 처음 무도한 일을 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8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당도 민주당의 단독 국회 개원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이 단독 개원을 강행한다면 대한민국 국회 역사에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야당에게 법사위원장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5일 의장단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이 177석이라는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무엇이 걱정돼 이런 식의 협상태도를 보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힘없는 자의 양보는 굴욕이지만 힘 있는 자의 양보는 미덕”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민주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심 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원회에서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과 야당을 뺀 개원 강행 발언 등은 대결 정치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집권 여당의 독주가 독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책임 있는 협력 정치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을 향해서도 “코로나19 재난(이 발생한) 엄중한 시기에 나치와 독재를 운운하며 또 보이콧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건 국민의 바람과 거꾸로 가는 것”이라며 “(20대 국회에 이어) 보이콧이 21대에도 반복된다면 통합당은 국민에게 만성 비염과 같은 존재로 전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