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5월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유강건널목에서 발생한 자명열차사고를 기억하십니까?’
이 사고로 포항시 남구 연일읍 자명초등학교 학생 25명을 포함해 85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40여 년 세월이 흘러 그때 우리들의 부모 나이가 된 지금, 채 피지도 못하고 꺾여 천개의 바람이 된 죽마지우들의 원혼을 달래며,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아픔 없는 하늘에서 편히 계시라고 이곳에 추모비를 세우다.”
당시 사고 생존자인 서석영 포항시 남구 장기면장은 2015년 자명초등학교 총동창회 회장으로서 두 달 치 월급을 모아 사고 현장 인근에 추모비를 세웠다.
해마다 5월 16일이면 자명초 총동창회와 유가족 등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가 열린다.
서 면장은 7일 당시 사고 상황에 대해 가슴아픈 속내를 털어 놓았다.
포항시 남구 연일읍 유강건널목. 1973년 5월 16일 오전 통학버스와 열차 간 추돌 사고를 추모하는 비석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다.
당일 통학버스 운전기사는 임시 대리기사로 이날 운전대를 잡았다고 한다.
평소와 다르게 서툰 운전솜씨가 몸소 느껴졌다고 한다.
당시 유강건널목에서 좌회전을 할 때 도로를 향해 나와 있는 나무가 항상 시야를 가렸다고 한다.
서툰 운전과 가려진 시야에 40인승 통학버스에는 사고 직전 80여 명이 타고 있었다.
당시 운전기사는 유강건널목을 지나기 직전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맞은편 학생 10명을 보고 급하게 태우려다가 열차가 오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한다.
서 면장은 “속도를 그대로 유지했다면 사고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운전기사가 놀라 급정차를 했고, 열차(동대구행 비둘기호)는 통학버스 뒤편을 들이받아 끔찍한 사고로 이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몇 바퀴를 돈 통학버스는 7m 아래 하천이 흐르는 곳으로 거꾸로 처박혔다.
당시 정신을 차린 서 면장의 눈앞에는 장마철 빗물 흐르듯 빨간 핏물이 넘쳐났고, 친구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고 한다.
통학버스와 자명열차 간 추돌사고는 그해 국내 10대 뉴스로 선정됐고, 당시 포항시내 전 중∙고교에는 휴교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전 국민의 애도분위기 속에 박정희 대통령을 대신해 육영수 여사가 입원한 부상자들을 찾아 병문안을 하기도 했다.
서 면장은 “항상 옆에 있던 친구들이 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이별했지만, 지금까지 가슴 속에서 한순간도 잊어본 적 없다”며 “채 피지 못하고 꺾인 친구들의 삶을 제가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좋은 일, 남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고, 먼저 떠나보낸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날까지 추모제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서 면장은 올해 추모제가 47주년을 맞고 있는데, 50주년 추모제는 포항시민들로 구성된 추모위원회를 구성, 대대적인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포항=이영균 기자lyg02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