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순식간에 완성됐을 때 ‘전격적’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김연경(32)의 프로배구 V리그 복귀가 바로 그랬다. 김연경이 6월 시작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해외리그 이적이 여의치 않자 국내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온 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리턴을 완료했기 때문이다. 현재 ‘임의탈퇴’ 신분인 김연경의 보유권을 가진 흥국생명은 지난 6일 김연경 측과 만나 복귀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09년 일본 JT 마블러스로 떠난 뒤 터키, 중국 등에서 활약하며 세계적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던 ‘배구여제’가 11년 만에 국내 리그로 ‘전격적’으로 복귀하게 됐다.
당초 김연경의 복귀설이 돌고 흥국생명과도 일정 부분 교감이 있다는 소식이 나온 뒤에도 실제 이적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여자배구 샐러리캡이 23억원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재영(24)과 이다영(24)에게 이미 10억원을 쓴 흥국생명이 김연경까지 영입할 경우 팀 운용이 어려워 현실적 난관이 예상됐기 때문. 김연경이 2013년 터키리그 페네르바체와의 재계약 때 흥국생명과 갈등을 겪었던 것도 이적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는 근거였다.
그러나 김연경이 연봉 3억5000만원만 받는 결단을 내리며 모든 어려움이 후련하게 풀렸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연봉(4억5000만원)과 옵션(2억원)을 포함해 최대 6억5000만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김연경에게 전했지만, 김연경이 후배들을 더 잘 대우해달라며 스스로 몸값을 낮췄다”고 소개했다. 가장 큰 제약이었던 샐러리캡 운용 문제가 한순간에 해결된 것. 이로써 흥국생명은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 주축 멤버에 세계적 공격수 김연경,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이 더해진 막강 전력이 구축됐다.
덕분에 ‘제2의 흥국생명 왕조’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왼손잡이 공격수 황연주(34·현대건설) 등 알짜배기 선수들로 탄탄한 라인업을 만든 흥국생명은 2005~2006시즌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김연경을 영입한 뒤 한동안 리그를 지배했다. 2005~2006시즌과 2006~2007시즌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고, 2007~2008시즌 정규리그 1위에 이어 2008~2009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일궈냈다. 이후 김연경이 해외무대 도전에 나서며 흥국생명의 전성기가 끝났고, 2018~2019시즌 이재영의 활약 속에 10년 만에 정상 복귀에 성공했다.
이제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이다영이 더해지며 전 시즌보다 훨씬 더 막강해졌다. 이재영과 이다영이 본격적 전성기로 접어든 가운데 김연경과 외국인 선수까지 활약할 경우 흥국생명의 화력을 견뎌낼 팀은 많지 않다. 흥국생명이 1차 왕조 시대보다 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다수 전문가들의 예상이 나올 정도다. 김연경이 현재 기량을 2~3시즌 이상 유지한다면 리그 지배 시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