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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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세운 北, 연일 南 때리는데… 정부는 “남북 합의 준수”

北 강경 메시지에 무대응 일관 / 통일부 “담화 전부터 법률 준비” / 대북전단 살포 제한 의지 재확인 / 北, 文대통령 ‘선순환 정책’ 겨냥 / ‘달나라타령’에 비유하며 비아냥 / 9·19 군사합의 파기 등 강도 세져 / 국지적 군사충돌 등 우려 목소리

북한이 연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날을 세우는 가운데 정부는 7일 “남북 간 합의사항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접경 주민들의 안전을 이유로 대북전단 살포를 제한하는 법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그럼에도 남북 합의 준수에 대한 남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난하는 북한의 ‘입’은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왼쪽)과 대북전단 살포하는 탈북민단체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 “남북 합의 준수”… 북, 남측 비난 계속

 

통일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정부의 기본입장은 판문점선언을 비롯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준수하고 이행해 나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발표 이전부터 대북전단 살포 관련 법률 준비를 해왔다”며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 판문점선언 이후 내부적으로 논의해 온 조치들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4일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 연일 이 문제에 날을 세우고 있다. 5일에는 통일전선부가 이를 받아 대변인 명의 담화를 내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언급하며 항의했다. 6일에는 노동신문이 논평을 내고 “더욱 격분스러운 것은 사태의 책임을 모면해 보려는 남조선 당국의 태도”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6일자 노동신문 1면에는 평양종합병원 건설 노동자 100여명이 대형 선전물을 내걸고 탈북민들을 성토하는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북한의 대남 기구인 통일전선부는 6일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재차 문제 삼는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했다. 통전부는 "첫 순서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 앉아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6일 노동신문 2면. 뉴스1

이런 가운데 북한 선전매체들이 남북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한 당국에 가하는 비난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7일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북미 선순환 관계 전략을 ‘달나라타령’으로 비유하며 ‘악순환관계’라고 비아냥댔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우리 정부의 남북 정상 간 합의 실행능력이 미약한 데 따른 인내의 한계, 누적된 실망감을 연속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며 “임기응변식이 아니라 종합적,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남북 군사충돌 재연될까

 

대북전단을 빌미로 9·19 남북군사합의가 파기되면 과거 있었던 남북 간 국지적 군사 충돌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상에서 북한군의 해안포 사격과 이에 맞선 우리 해군의 맞대응 등이 거론된다. 이미 철거한 확성기 방송시설을 복원해 상호 비방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군 당국은 현재 북한군 움직임을 고려할 때 실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없는 상태”라며 “최근 일련의 비방 내지 경고는 대외적인 ‘수사(修辭)’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7일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규탄하는 각계의 반응을 보도했다. 사진은 마스크를 쓴 채로 노동신문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연못무궤도전차사업소 역전대대 노동자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분석관은 “비방과 경고의 내용에 미국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당장 미사일 도발 등 북한이 군사적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다만 일종의 긴장고조를 위한 포석으로 우리 정부를 겨냥한 압박용 발언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도 김 부부장의 성명을 “우리 측에게 성의를 보여주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는 “북측의 말은 항상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협박보다, 그 반대의 경우 우호적인 태도로 바뀔 수 있다는 숨은 메시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주형·박병진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