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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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6월의 나무들

입력 : 2020-06-08 22:13:00
수정 : 2020-06-08 22: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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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석

초록 이파리들 멸치 떼처럼

 

대지로 쏟아질 때

 

나는, 아직 건재한가

 

6월의 나무들은

 

온 세상을 흔들어 깨우고

 

바람 불고 불어

 

나는, 종일 허기지다

유월은 나무들이 연두에서 초록으로 갈아입는 시기입니다.

 

유월의 나무들은 온 세상을 흔들어 깨우고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면서 얻은 상처를 겹겹이 쌓아 옹이로 만들어나갑니다.

 

나무들처럼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월의 나무들은 우리 인생으로 치면 사춘기를 지나

 

막 청년기로 들어서는 시기이기도 하지요.

 

청년기는 허기진 지혜와 지식을 찾아

 

무조건 달리다가 쓰러지기도 하면서 상처를 얻습니다.

 

고난과 좌절을 이겨낸 그 상처는 아름답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년기를 지나면서 비로소 성숙한 인간이 되듯이

 

나무들도 유월이 지나고 칠월, 팔월이 되면 좀 더 성숙해진 초록 이파리들을

 

멸치 떼처럼 반짝이며 온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일 겁니다.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