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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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세 탓? ‘BTS 해변’ 쓰레기로 몸살…주민들 “제발 버리지 마세요” 호소 [김기자의 현장+]

이른바 ‘BTS 해변’…백사장은 깨진 술병 조각 /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에서 악취가 풍기는 오물이 줄줄 / 백사장 곳곳에는 수영복 등 온갖 잡쓰레기가 넘쳐 / 화장실 쓰레기 수거함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로 가득 / 해변 인근 소나무 숲에는 술판 흔적 고스란히 남아 / 고기를 굽던 석쇠는 녹이 슨 채로 흉물스럽게 방치
양양군 해변 한 회장실에 쓰레기 수거함에는 맥주 캔, 상추, 초고추장, 일회용 용기, 소주병, 물티슈 등 각종 쓰레기 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

 

“안 버리는 것이 없어요. 그냥 다 버리고 가는 거예요. 퀴퀴한 냄새가 차에 배는 게 싫은 거죠.” 주말이 지난 8일 오후 찾은 강원도 강릉시 주문지 해수욕장 향호해변에서 만난 한 주민이 이렇게 말했다. 이날도 피서객들은 푸른 파도와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며 가마솥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이곳 향호해변은 방탄소년단 타이틀 곡 ‘봄날’이 들어있는 ‘유 네버 워크 얼론’ 앨범 재킷 촬영 장소다.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방탄투어’ 외국 관광객들이 찾는 한국 대표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강릉시가 2018년 방탄소년단 앨범 사진 속 버스정류장을 설치하면서 관광객들이 늘었다.

 

지난 8일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해수욕장 향호해변 'BTS버스정류장' 인근 소나무 숲 곳곳에는 고기를 구워 먹은 듯 검게 그을린 석쇠가 버려져 있다.
'BTS버스정류장' 인근 소나무 숲에는 피서객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에는 파리떼가 날아드는 모습.

 

이날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인 버스정류장에는 방탄소년단 음악이 흘려 나왔고, 방탄소년단 앨범 표지처럼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가며 기다리기도 했다. 외국인도 버스정류장과 바다를 배경 삼아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른바 ‘BTS 해변’으로 알려진 탓인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향호해변 백사장에는 피서객들이 북적였고, 인근 소나무 숲 곳곳에는 그늘막과 텐트가 펼쳐져 있었다. 이들 주변에는 어김없이 쓰레기더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길가에는 수거된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었지만, 곳곳에서 분리되지 않은 채 마구잡이식으로 버려진 쓰레기 더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백사장에는 바닷바람을 타고 풍기는 소금 짠 내 보다 반쯤 남겨진 채 버려진 술 냄새와 초고추장 냄새가 코를 찔렸다. 봉지째 버려진 소주병도 쉽게 눈에 띄었고, 담배꽁초와 모래가 담긴 채 묻혀 있기도 했다. 백사장을 따라가 보면 먹다 버린 각종 음식물과 소주병 종이컵 등 쓰레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모두 피서객들이 버린 것들이다.

 

'BTS버스정류장' 인근 소나무 숲 곳곳에는 음식물 담긴 종이 상자와 고기를 구워 먹은 듯 검게 그을린 석쇠가 버려져 있는 모습.
'BTS버스정류장' 인근 피서객들이 모닥불을 피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모습.

 

백사장 인근 샤워실 입구 경계석에서 앉아 쉬고 있던 한 주민은 “지금은 쓰레기가 없는 편이다”라며 “본격적인 여름철에는  말도 못하게 많다”고 했다. 이어 그는 “놀고 즐기는 것은 좋은데, 버리고 가면 땀 흘려가며 일일이 다 손으로 줍는다”고 하소연했다.

 

쓰레기의 종류는 거의 비슷했다. 소주병, 캔 맥주, 맥주병, 플라스틱 음료 병, 과자 봉지, 비닐봉지, 족발, 회, 돗자리, 컵라면, 고기 불판 등 술판 흔적이었다. 깨진 유리 조각도 눈에 띄었다. 백사장에서 유리 조각이 모래 속에서 햇빛에 반사돼 빛나고 있었다. 깨진 유리 조각이 날카로운 탓에 맨발로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에게는 실수로 밟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맨발로 백사장을 걷던 한 피서객은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이 더운 날씨에 청소하시는 분들이 고생한 것 생각하면, 답답할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깨진 술병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는 “술병 조각은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더욱 조심해 해야 할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경리 해수욕장 인근 해안도로에 버려진 쓰레기가 잔득 쌓여 있는 모습.
지경리 해수욕장에는 수영복 등이 버려져 있는 모습.
지경리 해수욕장 인근 소나무 숲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에 개미 떼가 몰려고 있는 모습.

 

해변 인근 소나무 숲에는 더 심각했다. 술판 뒤 버려진 쓰레기가 넘쳐났다. 피서객들이 사용한 텐트와 각종 집기도 방치된 채 버려져 있었고, 이들은 떠난 자리엔 어김없이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편의점 봉투에 담긴 채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는 먹다 남은 김치 등 음식물 쓰레기까지 다양했다. 음식물 쓰레기에는 검정날개버섯파리가 주변에 떼를 지어 날고 있었다.

 

숲 곳곳에는 음식물 담긴 종이 상자와 고기를 구워 먹은 듯 검게 그을린 석쇠가 버려져 있었다. 술판을 즐긴 피서객들이 그대로 둔 채 그냥 떠나기 때문이다.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에는 벌레까지 들끓어 이용하는 피서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양양군 해변 한 회장실에 쓰레기 수거함에는 맥주 캔, 상추, 초고추장, 일회용 용기, 소주병, 물티슈, 기저귀 등이 버려져 있는 모습.
양양군 해변 한 회장실에 쓰레기 수거함에는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모습.

 

양양군 해변 한 회장실.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분리수거도 안 된 각종 쓰레기 더미가 수북이 쌓여 있어 악취 풍겼다. 피서객들이 수시로 찾아와 화장실 쓰레기 수거함에 마구잡이식으로 버린 탓에 그야말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화장실 한 칸에 쓰레기 수거함에 버려진 쓰레기를 꺼내 손으로 일일이 분리해 보았다. 김치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부터 캔, 상추, 초고추장, 일회용 용기, 소주병, 물티슈, 맥주잔, 나무젓가락 아이스크림 나무 막대기, 스티로폼 용기, 심지어 아기 기저귀까지 봉지에 담긴 채 화장실 쓰레기 수거함에 버려져 있었다. 수거함 속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배설물이 음식물에 흐른 오물과 섞여 고여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경리 해수욕장 인근 소나무 숲에 피서객이 버린 각종 음식물 쓰레기가 방치 된 모습.
지경리 해수욕장 인근 소나무 숲에 피서객이 버린 각종 쓰레기가 방치 된 모습.

 

인근 한 주민은 “해변에서 놀다가 화장실에서 버리고 씻고 가는 겁니다”며 “버리기는 쉽고 가져가기는 귀찮은 거죠”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해안가 도로도 사정은 비슷했다. 봉투째 버려진 쓰레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봉투에 담긴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일회용 컵, 캔, 과자 봉투, 물티슈 등 한 봉투에 담긴 채 버려져 있었다. 오래 방치된 듯 쌓여 있는 쓰레기 더미를 볼 수 있었다. 바래진 채 찢겨서 쓰레기는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다. 심지어 해안 철조망에도 물티슈 같은 바람에 잘 날리는 쓰레기들을 걸려 있었다. 철조망뿐만 아니라 인근 소나무 숲, 손이 닿지 않은 곳까지 쓰레기가 바다 강풍을 타고 날렸다.

 

지경리 해수욕장 인근 해안도로에는 버려진 쓰레기가 바람을 타고 날리는 모습.

 

한 해수욕장 입구에는 주차장은 별도의 분리수거함이 추가 설치돼 있었지만, 플라스틱 일회용 컵과 맥주 캔, 캠핑용 쓰레기들이 마구 섞여 난잡한 상태였다. 분리수거함 뒤에 걸린 ‘재활용 분리배출 나부터 실천합시다’ 안내판이 무색했다. 해수욕장 곳곳이 이른바 ‘쓰레기 무법지대’나 다름이 없었다.

 

양양군 한 관계자는 “주말에 피서객들이 동해안을 많이 찾고 있다”며 “주말에는 쓰레기 발생량이 많은 편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월요일 날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을 중심으로 쓰레기를 수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강릉·양양)=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