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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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지진은 어떻게 발생할까?

지구는 안쪽부터 내핵, 외핵, 맨틀, 그리고 지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지각의 맨 위인 지표면에서 매일의 삶을 살고 있다. 맨틀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외핵과 가까운 쪽이 온도가 더 높고, 지각에 가까운 쪽은 온도가 낮아, 맨틀은 마치 가스레인지에 올린 냄비 안 물처럼 대류운동을 하게 된다. 암석으로 굳어 함께 움직이는, 지각과 상부 맨틀로 구성되어 있는 커다란 덩어리가 바로 판(plate)이다. 그 아래 맨틀의 대류로 인해 맞닿아 있는 두 개의 판 사이에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누적되기도 한다.

바닥에 벽돌 둘을 동서로 나란히 붙여 놓고, 양쪽에서 두 손으로 접촉면을 향해 힘을 주어 밀면서 동쪽 벽돌은 북으로, 서쪽 벽돌은 남으로 힘을 주어 보라. 남북 방향의 힘이 크지 않을 때에는 접촉면에서의 마찰력으로 말미암아 두 벽돌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남북 방향의 힘을 점점 크게 하면, 결국 벽돌은 미끄러지게 된다. 남북 방향으로 누적된 스트레스가 미끄러짐으로 인해 해소되면 벽돌은 다시 붙어 멈추게 된다. 과학자들이 지진을 설명하는, 붙었다가 미끄러졌다가를 반복하는 스틱슬립 운동(stick-slip motion)이다. 버티다 버티다 결국 미끄러지기 시작하는 짧은 순간 지진이 발생하고, 한곳에서 만들어진 미끄러짐은 다른 곳의 스트레스를 급격히 늘려 새로운 미끄러짐을 만들기도 한다. 급작스런 미끄러짐이 만든 파동은 지진파의 형태로 진행하여 우리에게 도달해 큰 피해를 미치기도 한다.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물리학

스틱슬립 운동의 예가 주변에 많다. 바이올린 줄을 활로 수직으로 밀어 소리를 내는 것도 그렇다. 둘 사이의 마찰력으로, 활과 줄은 하나가 되어 횡으로 함께 움직인다. 줄의 변위가 점점 커지면, 처음의 상태로 줄이 다시 돌아가려는 힘이 커진다. 이 복원력이 결국 마찰력을 이기면 줄은 원래의 위치로 재빨리 미끄러져 돌아가면서 줄을 따라 진행하는 파동을 만든다. 이 파동이 전달되어 바이올린 울림통의 공명을 일으키고, 결국 우리 귀에 들리는 멋진 바이올린 소리를 만든다. 스틱슬립 운동이 꼭 듣기 좋은 소리만 내는 것은 아니다. 뻑뻑한 문이 바닥에 닿아 만들어 내는 소리, 쇠못으로 유리창을 긁을 때의 소름 돋는 끔찍한 소리도 스틱슬립 운동의 결과다.

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의 한 논문을 소개한 기사를 읽었다. 지구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필자가 내용을 속속들이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논문의 저자 차이(Tsai)와 허스(Hirth)가 제안한 지진 모형의 아이디어는 무척 흥미롭다. 기존의 스틱슬립 모형에서는 경계면의 무작위적인 거칠기의 분포를 이용해 고진동수의 지진을 설명한다. 같은 단층에서 발생한 지진이어도 어떤 규칙성을 찾기는 어렵다. 이번 논문은 마치 핀볼게임처럼 단층 내부에서 탄성 충돌을 반복하는 크고 작은 규모의 암석들이 고진동수의 지진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같은 단층에서 발생하는 지진이라면 어느 정도의 규칙성을 생각해볼 여지가 있게 된다. 같은 기계에서 한 핀볼게임이라면 매번 결과는 달라도 결과 사이에 모종의 통계적 규칙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유다. 오래된 단층에서는 큰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것도 이 논문의 모형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단층 내부에서 여러 번의 충돌로 커다란 암석이 작은 암석으로 이미 부서져, 오래된 단층에서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기 어렵다. 반대로, 새롭게 형성된 젊은 단층에서는 커다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논문의 참고 문헌 부분에는 물리학 분야의 지진 연구 논문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필자가 재밌게 읽었던 마크 뷰캐넌의 책 ‘우발과 패턴’의 지진 관련 부분에는 또 지구물리학 분야 논문 소개가 거의 없다. 두 분야에서 진행되는 연구가 방법이나 목적이 다르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서로의 무관심이 아쉽다. 지진뿐만이 아니다. 학문의 경계에 걸쳐 있는 다른 분야도 그리 다르지 않다. 학문의 접촉면에서도 스틱슬립 운동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충돌이 두려워 접촉을 피한다면 미래를 향한 변화의 파동도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 아닐까.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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