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한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 관리를 맡아온 소장 손영미씨가 지난 6일 밤 숨진 채 발견된 가둔데 쉼터에 거주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의 가족이 생전 손씨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계좌를 활용해 돈세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길 할머니의 손녀라고 밝힌 네티즌 A씨는 지난 7일 손씨 사망 소식을 전한 포털사이트 기사에 “(손씨가) 할머니 은행 계좌에서 엄청난 금액을 빼내서 다른 은행 계좌에 보내는 등 돈세탁을 해온 걸 알게 돼서 (손씨에게) 그 금액을 쓴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저런 선택을 (극단적 선택을 했다)”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또 “뒷배도 없이 그동안 그렇게 돈을 빼돌린 것도 아닐 테고, 그 뒷배는 윤미향”이라고 주장했다.
12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모씨는 “해당 댓글을 쓴 A씨는 자신의 딸(길 할머니 손녀)이 맞는다”고 밝혔다. 조씨는 A씨 글의 사실관계를 묻자 “알고 쓴 게 맞는다”며 “(국가에서 위안부 피해자에게) 돈이 그렇게 많이 나오는지 몰랐다”고 답했다.
조씨는 “손씨가 딸처럼 어머니(길 할머니)에게 잘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막상 이렇게 되니 마음이 아프다. 사람이 죽었는데 무슨 저기(비판)를 하겠나. 그냥 덮고 가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연 측 관계자는 “오히려 길 할머니 아들이 소장님에게 접근해 돈을 달라고 요구했고, 소장님 증거자료를 다 모아뒀다”며 “길 할머니가 돈을 주라고 이야기해 소장님이 돌아가시기 전 (길 할머니) 아들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안다”고 조씨 주장을 반박했다.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은 전날(11일) 기자회견을 열고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 이후 10일이 지난 시점에 고(故) 이순덕 할머니의 조의금을 손씨 개인 계좌로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고, 손씨 사망 기사 댓글에 위안부 할머니 가족이라고 하는 분이 ‘소장이 할머니 은행계좌에서 큰돈을 빼내 다른 계좌로 보냈다’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며 “개인계좌 후원과 손씨 사망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의연은 성명을 통해 “고인은 쉼터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과 반인권적인 취재행태 등으로 고통받다 돌아가셨다. (곽 의원은) 죽음을 이용한 반인권적 패륜행위를 당장 중단하라”며 곽 의원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순덕 할머니 조의금은 2017년 ‘평화의 우리집’에 거주하시던 이순덕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당시 정대협 실행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할머니를 모시고 있던 고인의 계좌를 열어 조의금을 받기로 한 것”이라며 “조의금의 정산 또한 정대협 실행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길 할머니는 전날 오전 양아들인 황모 목사와 함께 지내기로 하고 쉼터를 떠났다. 황 목사는 손씨가 사망하자 길 할머니를 직접 모시겠다며 부양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평화의 우리집은 지난 2012년 정의연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명성교회의 지원을 받아 조성한 쉼터로, 마지막 남아있던 길 할머니가 퇴소하면서 단 한 명의 할머니도 남지 않게 됐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