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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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도발' 가능성까지 암시한 김여정, 초강수 두며 남북관계 개선 여지 없앴다

정부, 北 거친 태도 당혹스러운 분위기 역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로이터 연합뉴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남측과 '확실한 결별'을 선언함에 따라 남북관계가 백척간두 위기에 내몰렸다.

 

북한이 문제 삼아온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청와대까지 나서 엄정한 대응을 밝혔지만, 북한은 되려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하겠다고 초강수를 두며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없애버렸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내고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할 수 있는 담화를 발표하기보다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고 못 박았다.

 

김 제1부부장은 "곧 다음 단계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군사적 도발 가능성까지 암시했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자신이 대적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 제1부부장이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관계 단절을 압박하는 첫 담화를 낸 이래 현재까지 북한의 반응을 되짚어보면, 북한은 남북관계 단절의 길을 택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또 지난 4일 첫 담화에서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거세게 비난하며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했다.

 

이 담화가 발표된 날 통일부는 4시간 만에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법률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다음 날인 5일 북한은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 단절도 불사하겠다며 첫 조치로 연락사무소의 완전한 폐쇄를 공언했다.

 

이어 북한은 실제로 지난 9일 정오부터 연락사무소를 비롯해 남북 정상 간 핫라인까지 모든 통신 연락선을 차단했다.

 

그러나 10일 통일부는 '무리한 법률 적용', '저자세 대응'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무릅쓰고 대북전단 살포 탈북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 2곳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역시 1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대북 전단 및 물품 등의 살포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을 약속하며 남북 간 합의를 계속 준수해나갈 의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북한은 전날 장금철 통전부장 담화를 통해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이날 오전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남측 외교부가 '북미대화 조속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낸 것에 대해서도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고 거친 담화를 냈고, 이날 밤에는 김 제1부부장이 '결별'을 언급하며 쐐기를 박은 것이다.

 

이처럼 북한은 그동안 남측이 어떤 입장을 내거나 대응에 나설 때마다 더 거칠게 대응하며 행여나 대화여지를 애초에 차단하고 있다.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에서는 북한의 거친 태도에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이 이날 언급한 대로 북한이 앞으로 연락사무소 건물을 허물고 군사적 도발을 일으켜 9·19 군사합의를 명시적으로 파기한다면, 현 정부의 남북교류협력 성과가 백지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남북관계는 파국을 걱정해야 할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한편 개성 공동연락사무소가 개소 1년9개월만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남북 연락사무소는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로 2018년 9월 개성에 문을 열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연락사무소는 24시간·365일 소통이 가능한 협의 채널로, 남북이 안정적으로 소통할 토대가 마련됐다는 기대가 컸다. 4층 건물에 2층에는 남측 인원이, 4층에는 북측 인원이 상주했다.

 

개소 직후에는 산림협력, 체육, 보건의료협력, 통신 등 각종 분야의 남북간 회담이나 실무 회의도 연락사무소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남북 소장회의가 중단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올해 1월 30일부터는 남측 인원이 철수하면서 대면 협의까지 중단되더니 이제 이대로 사라질 지경에까지 몰린 셈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