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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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이면 패죽여"… 법으로 금지 곧 1년인데, 직장 내 괴롭힘 여전

#1. “상사의 폭언으로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니가 만든 건 쓰레기야, 쓰레기를 가지고 와서 봐달라고 하면 되겠어? 네가 만든 게 뭐라고?’라며 제 입으로 쓰레기란 단어가 나오게 만듭니다. (폭언과 폭행에) 사무실에 더 있다간 제가 죽을 것 같아 퇴사했습니다.”

 

#2. “상사가 다른 직원과 저를 비교하며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고,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돈 주고 배워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식 같았으면 패 죽여버렸다고도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어가지만,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제보에 따르면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심각한 수준의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직장갑질119는 관련 피해 사례를 공개하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주년(7월16일)이 되어가고 있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제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폭행·폭언·모욕과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은 계속되고 있다. “쓰레기 같은 XX야”, “미꾸라지 XX 한 마리가 조직 개판 만들어놨다”는 폭언과 모욕부터 보고서를 말아 머리를 때리고, 등을 때리는 등의 폭행을 당했다는 제보도 수두룩하다.

 

이 단체는 “폭행과 달리 폭언을 처벌할 수 있는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공연성(公然性)을 요구해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는 자리에서 폭언이 이뤄지면 처벌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4인 이하 사업장까지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 중 절반이 넘는 1923건(57.5%)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또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가해자 형사 처벌 △친인척·원청·주민 등 법 적용 대상 확대 △조치 의무 불이행 처벌조항 신설 △의무교육 등을 촉구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