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방의원들의 일탈과 범법 행위가 잇따르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료 의원 간 불륜으로 폭력사태를 자초한 의원은 결국 사퇴 의사를 표명했고, 동료를 성추행한 의원이 수사를 받고 있다. 일과시간에 술을 마셔 물의를 빚고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는가 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해외 연수를 강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유형도 다양하다.
전북 김제시의회 A의원은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동료 의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시인하고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그동안 항간에 떠돈 소문(불륜)이 사실이고 인정한다”며 “공인으로서, 시의원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A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동료 의원과의 염문설이 불거지며 구설에 올랐는데, 이를 공식 인정한 셈이다. A의원은 상대 여성의원과 교제하다 이를 알게 된 남편으로부터 폭행과 사퇴 압박에 시달리던 끝에 결국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흉기 난동 사태까지 일어난 것으로 알려진 상대 의원은 아직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도 “상대 의원으로부터 구애 전화와 편지를 받는 등 일방적인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하며 조만간 이를 공개할 의사도 밝혔으나, 지방의원 간 치정 관계가 드러나면서 지역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정읍시의회 B의원은 동료 의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될 처지에 놓였다. 그는 지난해 10월 동료 의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한 여성의원에게 성적인 발언을 하고 껴안는 등 추행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상대 의원은 “여러 차례 만류에도 이런 행위를 그치지 않고 반복해 고통을 겪어왔다”며 지난 2월 전주지검 정읍지청에 해당 의원을 고소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B의원은 소속이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시민·사회 단체들은 수사기관의 엄중한 처벌과 함께 정읍시의회 차원의 제명과 대시민 사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정읍시의회 일부 의원은 평일인 지난 9일 인근 군산에서 낮술을 마시고 해수욕장에서 놀이기구를 탄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을 자초했다.
전주시의회 의원 7명은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인 지난달 초 황금연휴를 맞아 2박3일간 제주도에서 워크숍을 진행했다가 사회적 위기 상황과 시민 정서를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자 사과했다. 시의회는 비교 견학 등 명분을 내세웠지만, 당시 지방의회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해외 연수비까지 반납하고 있는 가운데 강행한 것이어서 비난 여론을 피하지 못했다.
또 전주시의회 소속의 한 의원은 지난 4월5일 혈중알코올농도 0.064%인 상태로 운전하다 적발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시민들은 “국가적 위기 상황인 코로나19 정국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시의원이 술을 마시고 운전한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비판했다.
전북도의회 의장은 전북지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올해 1월29일 8박 9일 일정으로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원들과 유럽 등지로 연수를 떠났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서둘러 조기 귀국했다.
전북 시민단체 관계자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누구보다 모범이 돼야 할 지방의원들의 각종 일탈 행위가 위험수위를 넘어서면서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대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뼈를 깎는 자정 노력과 함께 자체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함량 미달 의원은 주민소환 등을 통해 시민의 손으로 직접 퇴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