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5일 악화 일로인 남북관계에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남북 화해 국면의 물꼬를 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았지만, 남북관계는 당장 북한의 무력도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인사들은 민주당과 정부가 대북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과 협의하고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등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뜻하지 않게 결과적으로 진척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답답하고 초조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 한반도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존속하는 한 반드시 남북 간의 화해와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낙연 의원은 축사에서 “(남북관계가) 다시 어려워졌지만 분명한 것은 한반도 분단 이후 역사가 6·15 선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위협적인 언사를 잇달아 보내고 있지만 대화를 닫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여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현 정세를 위중하게 진단하고, 문재인정부가 북한을 움직이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북한은 실존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고, 판을 바꾸기 위해 전면적으로 돌파해 나가려는 것”이라며 “북측에서는 전단 살포에 대해서 군사적 행동에 나설 수도 있고, 9·19 남북군사합의를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상태에서 우리는 강력한 방위태세를 갖춰야 하고 전시준비태세를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북이 말하듯 ‘말의 성찬’은 끝났다고 해서 우리 신뢰성이 상당히 저해한 상태다. 이제는 우리가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토론 이후 ‘구체적인 행동’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그는 “대북제재는 비핵화와 연동돼 있어서 쉽지 않다. 제재의 틀 안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건데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국회에서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이 북한에 영향 미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런 게 행동으로 나와야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단문제는 판문점선언 2조1항에 해당되는 것이니 다른 여러 분야에 있어서도 결국은 남측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전단 살포 문제 대응과 관련해) 정부가 하는 것을 보면 너무 느리다. 규제가 뭐냐. 즉각 법을 만들어 한다”며 “차라리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금 화끈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최근 “경기도 접경지역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면 즉각 체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정 부의장은 “통일부 장관이 (이 지사의 조치만큼)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며 “전단 살포는 촉발요인이지만 어쨌든 4·27 선언을 북한이 파기하겠다고 하는데 정부가 꾸물대면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도 민주당을 향해 “좀 더 과감하게 나아가야 하며 잃어버리는 지지율이 있다면 다시 복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공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남북관계 발전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정상 간 합의서의 법적 구속력을 갖추기 위해 (4·27)판문점선언 비준 동의를 추진하겠다”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