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독자적 대북사업?…文대통령의 남북경색 해법 통할까?

그동안 대북 개별관광 등 검토 / 대북제재에 직접 저촉 안 돼 / DMZ조사·철도연결도 추진중 / 국회엔 초당적인 협조 요청해 / 전문가들 “북·미 사이 틈새 있어 / 美 움직여 대화모드 만들어내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의 경의선 철로 조형물에 '고향 가는 경의선'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15일 북한에 “남과 북이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은 북핵 문제로 교착된 북·미 관계를 우회해서 돌파구를 마련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을 해나가면서도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진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다.

 

통일부 이상민 대변인도 “우리나라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운신의 폭을 넓혀 나가면서 독자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진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정부는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비무장지대(DMZ) 남북 공동실태조사와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후속 조치, 남북 관광분야 협력 등을 역점 사업으로 정해 추진 중이다.

비무장지대(DMZ)를 경계로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아울러 우리 정부는 북한 개별관광 등 다양한 남북협력 사업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해 오기도 했다. 관광객이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을 갖고 북한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지만, 북한 개별관광 자체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 추진 사업은 일차적으로 유엔과 미국 등의 대북제재를 피할 수 있는 사업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원칙으로 ‘소통과 합의 이행’이라는 원칙적 방안을 제시했다. 남북관계가 부침할 때일수록 원칙으로 되돌아가 다시금 나아갈 방향을 찾아보겠다는 뜻으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은 이런 전제 위에서 북한과 우리 내부를 향해 각각 메시지를 건넸다. 우선 북한은 향해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추진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선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는 노력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이라 할 만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공감과 문 대통령 본인의 내밀한 속내를 공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나서서 문 대통령을 비난하는 최근의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내부를 향해선 역대 정부의 남북합의를 열거한 뒤 “국회에서 비준되고 정권에 따라 부침 없이 연속성을 가졌다면 남북관계는 지금보다 훨씬 발전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국회비준을 통해 안정감 있고 일관된 대북정책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 정권을 구별하지 않고 △7·4 남북공동성명(박정희정부) △남북기본합의서(노태우정부) △6·15 남북공동선언(김대중정부) △10·4 공동선언(노무현정부)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문재인정부)을 언급해 역대 정부의 정책을 계승함과 동시에 여야를 가리지 않은 초당적인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남북은 움직일 공간이 없이 막혀있지만 북·미 사이는 상대적으로 (움직여볼 만한) 틈새가 더 있다고 본다”며 “(우리나라가) 미국을 움직여 대화 모드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전 대사는 “미국 스스로는 틈을 만들어낼 생각을 하지 못하지만 한국이 이를 미국에 짚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준·홍주형 기자 hjun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