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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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철없는 잘못… 가족 있는 한국에 남고 싶어”

“염치없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도 감수하겠다”

“가족이 있는 이곳(대한민국)에 있고 싶습니다.”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씨의 아버지가 지난 5월 19일 아들의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 방청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법정. 갈색 수의를 입은 손정우(24)씨는 당장이라도 흐느낄 것 같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인 그는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으로 미국에 강제송환돼 재판과 처벌을 받을 처지에 놓여 있다. 하지만 자신은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이라며 ‘처벌을 받아도 한국에서 받겠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날 손씨를 상대로 범죄인 인도심사 두 번째 심문기일을 열었다. 지난달 열린 첫 심문에는 출석하지 않았던 손씨는 이날 수의 차림으로 직접 법정에 섰다. 그는 방청석에 앉아 있던 가족들을 한번 둘러본 뒤 눈을 감고 고개를 떨궜다.

 

“미국이 요청한 범죄인 인도 청구에 대해 의견이 어떻습니까.”(재판장)

 

“만약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 내려져도 달게 받고 싶습니다. 가족이 있는 이곳에 있고 싶습니다.”(손씨)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재판장)

 

“철없는 잘못으로 사회에 큰 피해를 끼쳐 정말 죄송합니다. 저 자신이 스스로 너무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대한민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라도 다시 받고 싶습니다.”(손씨)

손정우씨가 운영한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홈페이지. 지금은 폐쇄된 상태다. 온라인 캡처

 

손씨는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에서 아동 성착취물 공유 사이트를 운영하며 유료회원 4000여명에게 수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받고 아동음란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한국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재판 결과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돼 지난 4월 복역을 마쳤다.

 

하지만 미국 정부도 그의 범죄를 인지한 채 처벌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교도소 출소와 동시에 미국에서 날아온 범죄인 인도 청구서. 결국 손씨는 미국 송환을 위한 인도구속영장 발부로 만기출소와 동시에 재수감된 상태다.

 

미국 연방대배심은 지난 2018년 8월 아동 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에 9개 혐의로 손씨를 이미 기소한 상태다. 손씨 아버지(54)는 지난달 법원에 낸 탄원서에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들이 식생활과 언어·문화가 다른 미국으로 송환된다면 너무나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어 “어떻게 사지의 나라로 보낼 수 있겠나”라고도 했다.

하지만 부친이 밝힌 아들의 범행 이유는 되레 역효과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성착취물 범행은) 용돈을 벌어보고자 시작한 것이었고, 나중에는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려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며 “원래 천성이 악한 아이는 아니고 강도·살인, 강간미수 등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고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