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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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말에 스스로 “옳구나” 맞장구… 외로운 트럼프

지지층 ‘샤이 보수’ 겨냥해 “침묵하는 다수가 가장 강력”

‘SNS 중독자’로 불릴 만큼 SNS 활동에 집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트윗이 눈길을 끈다. 자신이 며칠 전에 트위터에 올린 글을 리트윗하면서 “정말 옳은 말”이라고 맞장구를 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즘 심적으로 매우 외로운 상태임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게시물을 하나 올렸다. 방금 전에 자신이 올린 글을 본인이 리트윗했다. 해당 글은 “침묵하는 다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다(THE SILENT MAJORITY IS STRONGER THAN EVER!!!)”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의 종전 게시물을 리트윗한 다음 한마디 덧붙인 것이 눈길을 끈다. “정말 옳은 말이야(So true!)”라고 적은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 밑에 본인 스스로 “정말 좋은 글이야”라는 자화자찬의 댓글을 단 것과 마찬가지다.

 

‘침묵하는 다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극성을 부리는 요즘 미국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한테 목을 짓눌려 질식사한 사건 이후 일어난 흑인 차별 반대시위는 일부 대도시에선 관공서 습격·방화, 상점 약탈 등과 결부되며 폭동으로 비화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벌어진 인종차별 반대시위 모습. 연합뉴스

 

야당인 민주당과 진보 진영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대통령이 국민 통합에 나서지 않는다”며 연일 백악관을 공격하고 있다. 심지어 외국에서도 인종차별 반대시위를 지지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운동이 벌어지는 중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는 극소수일 뿐이고 찬반 목소리를 내지 않는 절대 다수는 자신의 편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침묵하는 다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강하다’는 것은 바로 자신이 절대 다수 미국인을 대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침묵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 힘입어 모두가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예상한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다. 당시 미국 언론은 속으로는 트럼프 후보를 지지하면서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가리켜 ‘침묵하는 보수(shy conservative)’라고 불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게시물을 리트윗한 뒤 “정말 옳은 말이야”라고 맞장구 친 모습. 트위터 캡처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에서 짙은 외로움이 묻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미 CNN 방송은 얼마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외출 또는 외부 인사 접촉이 확 줄어든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안에 고립된 채 ‘언제 삶이 정상으로 돌아갈까’라고 소리치며 궁금해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