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대하는 청와대와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 청와대는 “북한이 사리분별을 못 한다”며 “한국을 대할 때 예의를 갖추라”고 일갈했다. 민주당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 행동을 “금도를 넘은 것”이라고 규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지지자들이 문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무례한 태도를 들어 북한에 등을 돌린 것이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17일 브리핑에서 최근 북한이 보인 일련의 언행을 “그간 남북 정상 간 쌓아온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로 규정한 뒤 “북측의 이러한 사리 분별 못 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더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겨냥해 독설을 쏟아낸 것, 그리고 한국의 특사 파견 제안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 등을 겨냥해 “몰상식한 행위”라며 “북측은 앞으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성토했다.
민주당 역시 이해찬 대표가 나서 “판문점 선언의 상징을 폭파하는 북쪽의 행동은 금도를 넘었다”는 말로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북한의 어떠한 추가 도발에도 강력히 대응할 태세를 갖추라”고 군에 당부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대북전단(삐라) 살포 금지 추진 등 어떻게든 북한을 끌어안으려는 태도로 일관해 온 당청의 기류가 이렇게 돌변한 것은 전날(16일)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지지 기반인 친문 지지자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뀐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문 지지자들을 가장 자극한 것은 북한 평양 옥류관 주방장 ‘오수봉’이란 자의 발언이었다. 오수봉은 최근 북한 선전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 돌아가서는 지금까지 전혀 한 일도 없다”고 말한 사실이 지난 13일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2018년 9월19일 평양 옥류관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오찬을 함께한 사실을 지칭하며 ‘우리가 그토록 환대했건만 왜 북한에 선물을 주는 게 아무 것도 없느냐’는 식으로 힐난한 셈이다.
이에 친문 누리꾼들은 온라인 게시판에서 “이것들(북한)이 우리 대통령에게, 빡X다” “북한에 미사일을 날리고 싶다” “미친X들, 벌레가 사람 흉내를 내느냐”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남조선과 결별’ 운운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 대한 불만도 상당했다. “인간 아닌 것들을 인간 대우 해주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김여정, 너 돌았느냐?” “북한은 허접한 4류 국가” 등 비난이 줄을 이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