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무력도발 등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며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취임한 지 약 1년 2개월 만이다. 통일부장관이 현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 답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기자실을 찾아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오늘 오전 청와대에 사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15 기념사를 통해서도 나름대로 현재 상황을 준비하면서 정리해온 게 있는데 기념사를 읽어보면 대체로 현재 상황에 대한 제 입장을 추상적이지만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5 공동선언 20주년 더불어민주당 기념행사’에서 “남북관계 역사에는 수많은 난관과 도전이 있었고,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와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6·15 정신은 사대가 아니라 자주, 대결이 아니라 평화, 분단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현 상황을 수습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를 고려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책무인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김 장관은 전날(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가 북한이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소식을 받고 급하게 이석해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냐’는 질책을 받았다.
김 장관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 현재 보고받은 게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의 질의에 “일단 예고가 된 부분”이라며 “현재 상황에 대해서는 여기 와 있는 동안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조금 더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김 장관은 상황을 잘 모르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 전해철 의원 지적에 “조금 조금 보고를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회의를 떠나며 기자들과 만나 “가서 보고를 받아야 한다”며 구체적 내용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그는 ‘남북연락사무소가 폭파된 게 맞느냐’, ‘파악된 거냐’, ‘예상했던 사안이라고 했는데 미리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모두 침묵으로 일관했다.
다만 ‘통일부도 정확한 상황 파악이 안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되고 있다”고만 짧게 답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