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사진) 통일부 장관이 17일 최근 남북관계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북한이 4·27 판문점선언의 상징물인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 만이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6층 기자실을 찾아와 “저는 남북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바라는 많은 국민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러한 뜻을 청와대에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남북관계 악화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에 (사표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분위기를 쇄신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도 제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이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지난해 4월8일 취임한 지 약 1년 2개월 만에 통일부 장관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지난해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취임한 김 장관은 지난 1월부터는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쳐 대북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북한이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을 필두로 남측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삼으며 연일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온 것도 김 장관에게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여권에선 주무 부처인 통일부 대응이 도마에 오르며 김 장관 책임론이 번졌다. 북한은 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이날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을 통해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단 지역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겠다고 예고했다.
김 장관 후임을 놓고 여권에선 벌써부터 하마평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이인영 의원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적임자로 거론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일 문제에 있어서는 이 의원과 임 전 실장이 오래 관여한 만큼 전문 분야 아니겠느냐”며 “문재인정부 임기 말 정치인 출신 장관이 가서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소용·최형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