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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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극복 ‘신호탄’… SK, 불화수소 가스 양산 시작

1년 만에 ‘반도체 소재 3대 품목’ 중 첫 국산화 성과 / 경북 영주에 15t 규모 생산공장 / 2023년까지 국산화율 70% 목표 / 국내 제조사에 안정적 공급 기대 / 나머지 2개 규제 품목 개발 박차
SK머티리얼즈 연구원들이 반도체 소재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 제공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지 1년을 앞둔 가운데 소재 국산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3대 규제 품목 중 하나인 불화수소 가스는 처음으로 국산화 양산에 들어갔다.

SK그룹은 반도체 소재 생산 기업인 SK머티리얼즈가 최근 초고순도(순도 99.999%) 불화수소(HF) 가스 양산을 시작했다고 17일 밝혔다. 불화수소 가스는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에칭(etching·식각) 공정에 사용돼 에칭 가스로도 불린다. 솔브레인 등에서 국산화에 성공한 불화수소액이 습식 식각에 쓰이는 것과 달리 가스 형태의 불화수소 가스는 더 세밀한 건식 식각에 쓰는 점이 차이가 있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해외 의존도가 100%였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말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경북 영주공장에 15t 규모의 생산공장을 건립해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 2023년까지 국산화율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SK머티리얼즈 사옥 전경. SK머티리얼즈 제공

나머지 3대 수출규제 품목인 불화 폴리이미드와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감광액)에 대한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최근 스핀온 카본(SOC·Spin-On-Carbon) 하드마스크와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나섰다. 반도체 웨이퍼 위에 포토레지스트를 바르고 노광 장비로 빛을 쏘면 빛의 노출에 반응해 화학적 성질이 변하면서 회로 패턴이 새겨진다. SOC는 포토레지스트 보조재로 패턴이 무너지지 않게 보호해 주는 소재며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는 포토레지스트의 일종으로 두 제품 모두 초미세 패턴 형성에 쓰이는 대표적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해외 의존도가 90%에 달해 제품 양산이 본격화하면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에 안정적인 소재 공급이 가능해진다. SK머티리얼즈는 2021년 생산시설을 준공하고 2022년부터 연 5만갤런 규모의 포토레지스트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EUV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국산화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라 유럽과 미국 등으로 수입 다변화를 추진하며 공급기반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미국 듀폰은 올해 초 한국에 EUV 포토레지스트 생산 시설을 세우기로 했다. SK머티리얼즈가 이후 기술력을 강화한다면 EUV 포토레지스트 양산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불화 폴리이미드는 이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C 등이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자체 기술을 확보해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은 경북 구미의 코오롱인더스트리 공장을 방문해 “아주 자랑스럽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정부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에 팔을 걷고 나섰다. 지난해 10월 범부처 컨트롤타워인 ‘소부장 경쟁력위원회’가 본격 가동된 데 이어 소부장 특별법이 20년 만에 전면개편돼 지난 4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수출규제 3대 품목 외에도 정부는 소부장 100대 품목을 선정하고 조기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기술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개발과 생산 연계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부와 산업계는 확실한 수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올해 중으로 가시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우·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