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초강경파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한국의 창조물’로 묘사하면서, 여기에 미국의 전략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았다. 그는 과거 북한에 ‘인간 오작품’이라거나 ‘전쟁광’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벌어진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 원고 일부를 입수해 보도하면서, 볼턴이 2018년 제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후 과정에서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을 광범위하게 비판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볼턴은 책에서 “모든 외교적인 판당고(fandango·스페인 춤)는 한국의 창조물이었다”며 “김정은이나 우리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 어젠다와 더 많은 관련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정상회담을 갖는 데 필사적이었다면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낚았다(hooked)”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서로에게 알랑거렸다(They flattered each other in their meeting)”고도 썼다.
특히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싱가포르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나, 백악관에 김 위원장을 초대하려는 트럼프의 바람은 볼턴에게 ‘어리석은 실수’, ‘엄청난 규모의 잠재적 재앙’이었다.
볼턴은 단계적 비핵화 접근법을 주장한 북한과 달리 북한에 최종적 비핵화 로드맵까지 요구하면서,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될 때 상당한 입김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같은해 9월10일 경질됐다.
볼턴의 회고록은 오는 23일 발간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그의 회고록 출판 금지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가처분 신청도 냈다.
한편, 볼턴 보좌관이 지난해 5월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을 때,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그를 향해 “평화와 안전을 파괴하는 안보파괴보좌관”이라며 ‘인간 오작품’, ‘전쟁광신자’ 등의 표현을 써가며 맹비난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